유럽수출 기업 65% “재정위기 6개월 이상 지속”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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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500곳 조사

대구에 있는 반도체 생산업체 A사는 최근 유럽 수출 계약의 상당수가 취소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전체 매출의 80%를 유럽 수출에 의지하고 있는데, 최근 유럽 내 소비 위축과 현지 거래업체 자금 사정 등으로 4월 계약 물량이 대부분 취소됐기 때문이다.

거래처 대부분을 유럽에 두고 있는 전남의 선박제조업체 B사도 선박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B사 측은 “그리스 재정 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입금돼야 할 선박대금이 지연돼 자금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여파가 글로벌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유럽 지역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수출 기업들은 특히 유럽발 재정위기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유럽 수출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유럽 재정 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7곳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6개월 이상 장기화가 예상되고, 그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응답자의 34.7%는 ‘재정위기가 1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고 31.0%는 ‘6개월∼1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정위기의 장기화 전망에 따라 17.7%는 ‘상당한 피해를 볼 것’, 50.3%는 ‘다소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응답은 32.0%에 그쳤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비교해서는 기업들의 69.1%가 ‘리먼브러더스 사태보다는 영향이 적겠지만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고 ‘리먼 사태와 비슷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도 18.0%나 됐다.

기업이 걱정하는 피해 유형은 ‘거래 취소와 수출 감소로 인한 수출 피해’가 43.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외환시장 변동에 따른 환위험 부담’(29.5%) ‘시장 불안에 따른 사업계획 차질’(20.1%)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자금조달 문제’(6.2%) 등이 꼽혔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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