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 伊 ‘Made in Italy’ 명품 지키기 고육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6일 03시 00분


‘伊서 2단계 공정’ 자격 강화
원산지 표기 의무화법 시끌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의 품격을 지켜내자!”

요즘 이탈리아 패션업계는 새로운 법안의 도입을 앞두고 시끌벅적하다고 합니다. 바로 ‘원산지 표기 의무화’ 법안인데요. 의류 등 섬유 제품을 비롯해 가죽, 신발 등에 의무적으로 원산지를 표기토록 한 이 법안의 핵심은 적어도 2단계 이상의 생산 공정을 이탈리아에서 거친 제품에만 ‘메이드 인 이탈리아’를 부착할 수 있게 한 점입니다. 이를 어긴 기업은 1만∼7만 유로(약 1470만∼1억290만 원)의 벌금 또는 1개월 이상 영업정지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하네요.

이는 최근 ‘이름뿐인’ 메이드 인 이탈리아 제품들이 늘면서 이탈리아 명품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만든 고육지책이란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실제 일부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가 중국, 동유럽 등에 저가(低價) 해외생산기지를 가동하고 있는데요. KOTRA 밀라노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에게 익숙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중에도 이탈리아 외 지역에서 제품을 만드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아르마니’의 최상급 브랜드인 ‘조르조 아르마니’의 경우 제품 전량을 이탈리아 내에서 생산하지만, 세컨드 브랜드(저가 라인)인 ‘아르마니 익스체인지’는 제품 모두를 이탈리아 밖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돌체앤가바나’도 상위 브랜드인 ‘돌체앤가바나’는 제품 대부분을 이탈리아에서 생산하지만, 세컨드 브랜드인 ‘D&G’는 20%만 이탈리아에서 만든다는군요.

세계 패션산업에서 메이드 인 이탈리아는 단순한 ‘라벨’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명품’ ‘장인정신’ ‘예술’ 같은 이미지와 연결돼 상품의 가치를 몇십, 몇백 배로 높이죠. 이는 이 나라가 가진 최고의 자산이자 국가 브랜드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탈리아 패션산업은 연평균 660억 유로 규모로, 이에 종사하는 사람만 60만 명에 이릅니다. 오직 이탈리아 내 생산만을 추구하는 소규모 장인기업도 약 48만 개사라고 하네요.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이번 법안은 이탈리아의 ‘손’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이름을 손상시키거나 후광을 누리게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미인 셈이죠.

현지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원산지 표기법이 이탈리아 패션산업 성장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명품 패션 종주국의 위상을 지키고 자국의 장인을 보호하려는 자구책이란 점에서 이탈리아의 이번 법안은 높이 살 수 있을 듯합니다. 스스로의 가치를 지켜가려는 노력, 바로 이것이 오늘날의 ‘명품 이탈리아’를 만든 것은 아닐까요.

임우선 산업부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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