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한보루 살 것인가? 자녀 장난감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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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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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흡연과의 전쟁’… 메신저 공세도 지독하게
‘니코틴 프리회사’ 원년 선포
금연 실패땐 인사고과 반영

현대백화점이 올해 들어 강도 높은 사내 금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한 직원이 19일 총무팀에서 사내 메신저로 보낸 ‘게릴라성’ 금연 메시지를 보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이 올해 들어 강도 높은 사내 금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한 직원이 19일 총무팀에서 사내 메신저로 보낸 ‘게릴라성’ 금연 메시지를 보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백화점
“퇴근길 담배 한 보루 사 가시겠습니까? 아들 위한 로봇 장난감 사 가시겠습니까?”

19일 현대백화점 본사 총무팀이 퇴근을 준비하던 흡연 직원들에게 사내 메신저로 보낸 금연 독려 문구의 내용이다.

올해를 ‘니코틴 프리 컴퍼니’ 원년으로 선포한 현대백화점이 전 직원의 비흡연화를 위해 강도 높은 사내 금연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 화제다. 이 회사의 흡연자는 전체 남성 직원의 30% 선인 450여 명. 현대백화점은 흡연 시 자리 비움에 따른 업무공백, 흡연 후 업무집중도 저하, 비흡연 직원의 고충 등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자체적인 금연 캠페인을 시작했다.

3월부터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본사 사무실 곳곳에 ‘결혼 10년차, 흡연 15년차, 밤이 무섭다’, ‘실제 나이 35세, 얼굴 나이 45세, 이유는 분명하다’ 같은 표어가 적힌 금연 포스터가 나붙었다.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또는 사내 메신저로 흡연 직원에게 폐암 환자의 사진이나 금연 독려 문구를 수시로 전송하는 ‘게릴라성’ 금연 캠페인도 병행하고 있다.

경영진도 인사권을 무기로 ‘흡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연초에 경청호 현대백화점 부회장은 “금연에 계속 실패하는 직원은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금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애연가들은 고충을 호소하면서도 사내 금연 캠페인에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사내 금연운동에 동참한 이 회사 임연하 과장(36)은 “금연 의지가 약해질 즈음이면 회사에서 메신저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수시로 금연 의지를 북돋아 준다”며 “인사상의 불이익도 받지 않아야겠지만, 소중한 가족과 동료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금연에 성공하겠다”고 다짐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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