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에 1000만원짜리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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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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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자기, 英 해러즈백화점 입점 브랜드 ‘프라우나’ 제작공장 공개

중동 부호 겨냥 화려한 디자인
찻잔-접시-물병 등에 금칠 뒤 깨알처럼 작은 보석 붙여
세트당 가격은 ‘상상초월’

‘Prouna is coming soon(‘프라우나’가 곧 옵니다)!’

유럽 최고의 명품 백화점으로 유명한 영국 런던 해러즈 백화점은 3월부터 한국도자기의 고가 명품 브랜드 ‘프라우나’의 단독매장 입점(4월 1일)을 알리는 광고를 대대적으로 전개한다. 지하철역에서 백화점 입구로 연결되는 복도 양쪽 전광판을 비롯해 1층 쇼윈도, 주변 거리에도 ‘프라우나’의 이름과 제품 이미지를 전시한다.

금과 보석을 활용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특징인 프라우나는 일반 본차이나 도자기보다 평균 10배 이상 비싼 한국도자기의 최고가 브랜드. 명품 브랜드만 입점하는 것으로 알려진 해러즈에 한국도자기가 들어가는 것은 본차이나의 본고장인 영국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17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 한국도자기 본사 공장 프라우나 작업실. 유니폼 차림의 여성 직원 10여 명이 해러즈 납품용 도자기를 제작하고 있었다. 이들은 찻잔 접시 액자 화병 등 본차이나 제품 위에 깨알처럼 작은 스와로브스키 보석을 핀셋으로 하나씩 집어 붙였다. 핸드페인팅으로 금칠을 한 본차이나 위에 다양한 패턴의 보석을 붙이는 작업은 프라우나 제작의 핵심 과정. 한국도자기 황현수 부장은 “이는 섬세한 한국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라며 “프라우나 작업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모두 입사 20년차 이상의 숙련공들”이라고 했다.

제품 1점당 가격이 최고 1000만 원대를 호가하는 프라우나 주얼리 도자기에는 최대 3000개의 보석이 붙는다. 모두 수작업이다. 도자기 위에 보석을 붙이는 특수 접착제는 한국도자기가 자체 개발했다. 우주왕복선 제작에 쓰이는 접착제 기술을 응용해 가마 열을 받으면 더욱 접착력이 높아지게 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해외영업부 이범석 차장은 “프라우나가 해러즈에 입점할 수 있었던 것은 도자기에 보석을 접목한 독창적 디자인이 큰 역할을 했다”며 “해러즈에 입점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뒤에 따라오는 백 마켓(back market) 수요가 굉장하다”고 말했다.

“해러즈가 영국 백화점이긴 하지만 이번 입점의 타깃은 사실 중동시장 공략에 있습니다. 중동 부호들이 해러즈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해러즈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중동에서의 브랜드 가치가 확 높아지거든요.”

17일 충북 청주 한국도자기 본사 작업실에서 한 여성 근로자가 한국도자기 최고가 브랜드인 ‘프라우나’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제품 1개에 최대 3000개의 보석이 들어가는 프라우나는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사진 제공 한국도자기
17일 충북 청주 한국도자기 본사 작업실에서 한 여성 근로자가 한국도자기 최고가 브랜드인 ‘프라우나’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제품 1개에 최대 3000개의 보석이 들어가는 프라우나는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사진 제공 한국도자기
중동 고객들을 겨냥한 프라우나의 디자인은 화려하다. 단순한 바탕에 금과 보석으로 강렬한 대비를 주는데, 붉은색 오렌지색 보석이 인기다. 디자인 문양은 꽃이나 동물보다 기하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스타일을 추구한다. 우상숭배를 터부시하는 중동지역 특성상 소 같은 동물 문양은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독특할수록, 생산은 손으로 할수록, 물량은 적을수록 좋다.

이 차장은 “중동 고객들은 ‘나만 가질 수 있는’ 희소성을 중시한다”며 “최근에는 ‘스와로브스키 대신 다이아몬드를 박아 달라’는 요청까지 받았다”고 귀띔했다. 프라우나는 일반 제품과 달리 그릇 바닥 및 뒷면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도 특징이다. 모래바람이 심한 중동에서는 테이블 세팅 시 그릇을 엎어놓았다가 음식이 나올 때 뒤집기 때문이다. 중동은 대가족이 일반적이어서 2인용이나 4인용 세트가 기본인 우리나라와 달리 식기세트도 12인용이 기준이 된다. 가격도 물량도 국내 시장과는 차원이 다른 셈.

한국도자기는 침체에 빠진 국내 식기 시장에서 벗어나 외국시장 개척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고가 명품 전략을 세운 이후 이 회사의 수출은 4년 만에 2배로 성장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6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웨딩 박람회에 프라우나를 선보인 한국도자기 측은 “삼성, LG가 중동에 구축해 놓은 명품 이미지에 원전 수주까지 더해져 한국산 제품에 대한 현지 인식이 매우 좋았다”며 “‘정말 메이드 인 코리아(한국산) 맞느냐. 한국 전통문양이 들어간 제품을 더 많이 보고 싶다’는 고객이 많았다”고 전했다.

청주=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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