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국내 기업들의 풍력발전 관련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STX그룹은 네덜란드 풍력발전단지 개발업체에 1300억 원 규모의
풍력발전설비를 공급하기로 했고, 현대중공업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파키스탄에 50MW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짓기로 했다. 삼성물산과
한국전력은 캐나다에 건설하는 2.5GW 규모의 풍력·태양광 복합 발전단지 개발사업을 공동으로 수주했다.
○ 세계시장 포화… 진입 힘들어
최근 이처럼 풍력발전 관련 사업 수주가 이어지는 이유는 지난해 풍력발전 시장에 본격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이제 비로소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그룹 등 상당수 국내 대형 조선업체는 풍력발전을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 미래시장이 클 것으로 보이는 데다 프로펠러를 움직여 나아가는 선박을 건조하는 것과
블레이드(발전기 날개)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발전기 건설이 기술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선박 수주 가뭄이
이어지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남은 숙제가 만만찮다. 한국정책학회는 25일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그린에너지
해외 플랜트 건설시장 진출 전략 수립’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들이 풍력발전 산업에 높은 잠재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나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중공업 조선 발전설비 철강 등 관련 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많아 풍력발전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의 잠재역량은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당장 내세울 만한 핵심 기술이 없고 운영
경험이나 전문 인력도 부족한 점은 문제라고 보고 있다.
또 풍력발전 단지 설계나 시공, 타워 관련 기술에는 한국 기업들이 기술력이 있지만 블레이드 등 핵심 요소기술, 전체 시스템을 종합 설계하는 통합 설계기술, 운영·유지보수 분야에선 기술력이 달린다고 지적했다.
베스타스, GE, 가메사, 에너콘 등 풍력발전 분야의 선도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거의 장악해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기 힘들다는 점도
불리한 요인이다. 이와 함께 국내 금융 기반이 취약해 풍력산업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 해상풍력에 기술개발 집중해야
보고서는 이 같은 환경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취해야 할 전략으로 국내 풍력단지를 대규모로 보급해 시스템업체를 먼저 육성하고
이들 업체가 글로벌 사업 역량을 갖추면 이후 부품 국산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내 여건상 시스템업체 없이 부품사만
육성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한국 대기업들이 이미 갖고 있는 계열사를 활용하거나 인수합병(M&A)으로 수직계열화를
이루면 부품 조달 확보와 이익률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보고서는 육상 풍력보다는 해상 풍력
분야에 기술개발과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육상 풍력 시장은 이미 유럽에서 풍력단지 부족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시장이
성숙했다. 또 한국 기업들이 조선과 담수해수 플랜트 관련 기술에 강점이 있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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