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투자자 보호 여전히 ‘겉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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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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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사인만 하세요” 많았다
금감원 영업점 점검

올 2월 투자자 보호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법이 발효된 이후 금융회사들은 펀드 판매절차를 얼마나 잘 지키고 있을까. 금융감독원이 펀드 판매준칙을 금융사들이 얼마나 잘 따르고 있는지 점검한 결과 ‘형식은 꽤 잘 지키지만 내실이 없다’는 것으로 요약됐다.

금감원이 9월 말부터 한 달간 증권사와 은행 등 국내 30개 펀드 판매사 450개 점포에 대해 미스터리 쇼핑(판매현장 암행감시)을 실시한 결과 이들 금융사의 평균 평가점수는 67.4점(100점 만점)으로 올해 3월 평가한 평균 70.1점보다 낮았다. 미스터리 쇼핑은 금감원이나 금감원의 위탁을 받은 외부전문기관 직원이 고객인 것처럼 펀드 판매사의 영업점을 방문해 펀드 불완전판매 등을 점검하는 것이다.

금융사별로는 국민은행 우리은행 한국투자증권 푸르덴셜증권 등 7개 금융사가 80점 이상으로 ‘우수’ 판정을 받았고, 농협 대우증권 등 10개사가 ‘보통’, 삼성증권 현대증권 기업은행 등 13개사가 ‘미흡’ 점수를 받았다.

평가항목별로는 적합한 펀드선정, 사후관리, 투자자 체크리스트 등의 부문에서 전체 금융사들의 평균 점수가 저조했다. 특히 세부 항목에서는 ‘투자자의 투자성향에 알맞은 상품 안내’가 45.2점으로 가장 낮게 나왔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판매사들이 고객의 위험등급에 해당하지 않는 펀드를 추천하는 것은 아니지만 등급별로 고객들이 추천받을 수 있는 펀드가 2, 3개로 극히 적은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판매사들이 인기 있는 주력펀드 몇 개씩만 팔다 보니 고객의 선택권이 크게 제한된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또 “판매사가 상품을 설명하고 투자자가 이해했다고 확인하는 서명을 받는 절차도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간을 아낀다며 서명이 필요한 난에 동그라미를 쳐 놓고 다짜고짜 사인을 요구하는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금감원은 “평가결과가 미흡한 회사에는 개선방안을 요구하고 다음 검사 때도 개선하지 않을 때는 강력히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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