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위한 무대가 아니라 세계시장을 공략한 무대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 씨(사진)는 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패션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상하이를 세계 패션 산업의 거점으로 차별화하는 샤넬의 글로벌 전략을 표방한 셈이다.
샤넬은 최근 상하이에서 대형 행사를 잇달아 열어 럭셔리 브랜드를 포함한 패션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고급 플래그십(대형 매장) 부티크를 중국에서 여섯 번째로 문을 연 데 이어 세계 언론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샤넬의 최고급 패션쇼인 ‘공방 컬렉션’을 선보인 것.
라거펠트 씨는 이날 패션쇼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상하이는 샤넬의 창립자인 가브리엘 샤넬이 동경했던 도시”라며 “부티크와 컬렉션 모두에 상하이에 대한 향수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파리-상하이 공방 컬렉션’으로 이름 붙은 이날 쇼에서는 1930년대 ‘동양의 파리’로 불리던 상하이의 화려한 모습에 현대적인 감성을 더한 의상들이 대거 선보였다. 샤넬이 소유한 프랑스 파리의 공방에서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든 최고급 작품들로, 마오쩌둥(毛澤東) 스타일의 인민복 디자인과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빨간색이 컬렉션의 특징으로 부각됐다.
라거펠트 씨는 “중국 젊은 세대의 현대적 감성과 무한한 잠재력에 매력을 느낀다”며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 어떤 점을 어필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중국만이 아닌 세계에 보여주는 무대”라며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망을 확장할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상하이의 최고급 호텔 페닌슐라에 지난달 25일 문을 연 부티크도 화려한 취향의 중국인을 겨냥해 가장 호화롭게 꾸며졌다. 샤넬에서 “최대 규모는 아니지만 세계에서 가장 우아한(refined) 부티크”라고 설명할 정도다. 특히 가브리엘 샤넬이 생전에 살았던 아파트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스타일로, 골드와 레드가 강조돼 화려하게 치장됐다. 중국의 신흥 부자들을 타깃으로 한 이 매장은 문을 연 지 며칠 되지 않아 20∼30대 젊은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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