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부동산 긴 잠서 깨어나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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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정지 주변 연기군 가보니
정부 수정안에 기대감
딱지-땅매물 자취 감춰

“딱지요? 물어보지도 마세요. 나왔던 물건들이 싹 들어갔어요.”

정부가 세종시 원안 수정에 나선 가운데 세종시 예정지 주변의 부동산 시장이 긴 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원주민들이 세종시의 택지에 들어갈 수 있는 입주권인 딱지 가격이 오르면서 매물이 사라졌고 땅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

세종시 사업에 다시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세종시 인근 부동산 시장은 ‘정중동(靜中動)’의 분위기다. 충남 연기군청에서 부동산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직원은 “뭐라도 되긴 될 것 같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시장 반응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4일 찾은 세종시 인근의 충남 연기군 금남면 대평리 공인중개사 사무소 밀집 지역은 여전히 한산했다. 공인중개사들은 한결같이 “계약서에 도장 찍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발 빠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입주권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다.

대평공인중개사 대표는 “올 초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팔아달라는 딱지가 시장에 넘쳐났는데 지금은 매물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2006년 초 1억2000만∼1억5000만 원까지 형성됐던 입주권 가격은 세종시 건설이 불확실해지고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올해 초 2000만 원대로 떨어졌다. 최근 매수 희망자가 늘면서 4000만 원 선까지 올랐지만 이제는 팔려는 사람들이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물건을 거둬들여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땅도 사정은 비슷했다. K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서울이나 대전 같은 대도시에서 땅을 보러 오는 사람과 문의 전화가 많이 늘어났지만 땅 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지 부동산 시장에 미세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주민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싸늘했다.

서민들의 가장 큰 자산인 아파트 가격은 좀처럼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연기군 조치원읍의 우성공인중개사 사무소 측은 “한때 새 아파트의 프리미엄이 3000만 원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분양가격에서 30%는 낮춰야 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치원읍의 한 주민은 “정부 안이 나오는 연말 이후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연기=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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