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부샤부, 꼭 뜨거워야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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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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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 들고 다니며 먹을 순 없나요?

엉뚱한 상상이 만든 기발한 음식들

아이스크림이나 과일 잼과 함께 먹던 와플을 돈가스와 함께 먹는다면? 돈가스 전문점 ‘와플 속의 돈까스’ 김영석 대표는 돈가스를 ‘테이크 아웃 음식으로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엉뚱한 발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고안해냈다. 밀가루로 만들던 와플을 쌀가루로 만들고 돈가스와 야채를 와플 속에 넣어 마치 돈가스 정식을 연상시키는 테이크 아웃 메뉴를 선보였다. 23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돈가스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물론 식사 시간이 빠듯한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발상의 전환으로 고객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음식 메뉴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맛을 선호하는 20, 30대 소비자들의 미각을 사로잡고 있다.

○ 차가운 샤부샤부, 라면과 함께 먹는 맥주

뜨거운 육수에 얇게 저민 고기를 익혀 먹는 샤부샤부. 샤부샤부 전문점은 여름철이 비수기이다. 그래서 샤부샤부 전문점 ‘채선당’에서는 살얼음을 담은 육수에 유기농 어린잎 채소와 메밀국수를 함께 먹는 ‘냉샤부’를 올여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강현모 채선당 팀장은 “기존에도 샤부샤부를 차갑게 해서 먹는 사람들이 일부 있었지만, 전문 음식점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메뉴”라며 “몇 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기존 맛을 유지하면서도 시원함이 특징인 냉샤부를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원한 맥주와 얼큰한 라면. 언뜻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라면과 맥주를 함께 먹는 것이 유행이다. 일본 정통 면요리 전문점 하코야에서는 이런 트렌드에 맞춰 최근 일본식 라면에 생맥주를 곁들이는 세트 메뉴를 선보였다. 돼지 육수로 만든 일본식 라면 국물에 맥주의 탄산이 제법 잘 어울린다는 것이 고객들의 평가라고 이 업체는 전했다. 20, 30대 고객들이 자주 찾는 서울 강남역 인근 매장에서는 라면을 주문하는 고객의 25% 이상이 생맥주를 함께 시킬 정도다.

○ 자장면 시켜 먹을 수 있는 커피전문점

메뉴뿐 아니라 서비스나 매장 운영 시스템을 바꿔 고객을 유인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도 있다. 일본식 퓨전주점인 ‘호오락실’은 새벽까지 일하는 올빼미족들을 위해 오전 9시까지 영업을 한다. 올빼미 마케팅을 시작한 이후 이곳을 찾는 고객 수는 20% 이상 늘었다.

커피 전문점 ‘카페루미’는 주변 외식업체들과 제휴해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은 카페 안에 비치된 외식업체 전화번호와 메뉴를 보고 치킨이나 중국음식, 피자, 분식 등을 시켜 먹을 수 있다.

일본식 삼각김밥 전문점 오니기리와이규동은 메뉴가 삼각김밥과 쇠고기덮밥, 우동 등 3가지뿐이다. 기존 분식집처럼 메뉴를 50여 가지로 준비하는 대신 3가지 주력 메뉴를 내세워 주방 인력을 줄일 수 있었다. 삼각김밥은 주문 후 1분 안에 나오기 때문에 테이블 회전율이 그만큼 높아져 매장 운영 효율도 다른 분식점에 비해 높은 편이다.

보쌈 전문점 ‘개성보쌈’은 기존 스티로폼으로 제작된 배달 용기를 보온기능을 갖춘 용기로 바꿨다. 따뜻하게 먹어야 하는 보쌈이지만 배달 과정에서 음식이 식는다는 것이 고객들의 불만이었다. 이 업체 박장혁 대표는 “보쌈이 식지 않도록 용기를 바꾸느라 기존 스티로폼 용기에 비해 단가가 1000원 더 들었지만 점주 입장에서는 음식 맛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이득인 셈”이라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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