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일관제철 꿈 40년만에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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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동부제철이 11일 충남 당진군에 전기로 제철공장을 완공했다. 연간 300만 t을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은 전기로 제철소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왼쪽부터 김낙성 자유선진당 의원, 이완구 충남지사,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 강경식 동부그룹 고문. 사진 제공 동부제철
동부제철이 11일 충남 당진군에 전기로 제철공장을 완공했다. 연간 300만 t을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은 전기로 제철소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왼쪽부터 김낙성 자유선진당 의원, 이완구 충남지사,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 강경식 동부그룹 고문. 사진 제공 동부제철
당진 전기로 공장 준공… 연 1000만t 생산 목표
김준기 회장 “자력 구조조정 순조롭게 진행 중”


“합금철(合金鐵) 사업으로 시작해 전기로(電氣爐) 제철 사업에 이르기까지 40년이 걸렸습니다. 밑바닥에서부터 가장 높은 공정으로 거슬러 올라온 철강 회사는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합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11일 충남 당진에서 열린 동부제철 전기로 제철공장 준공식 직후 공장투어를 하면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 회장은 전기로에서 나온 시뻘건 쇳물이 열연공정을 거쳐 얇은 코일로 생산되는 모습을 보며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 국내 세 번째 일관제철 회사로 탄생

동부그룹은 1970년대 초 제철소에 페로망간 등의 합금철을 공급하는 사업으로 철강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1985년 강관(파이프), 형강(H빔 등 철강제품) 등 냉연제품 생산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때만 해도 동부제철은 다른 제철소로부터 열연강판을 공급받아 가공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 공장 준공으로 동부제철은 포스코, 현대제철에 이어 국내 세 번째로 직접 쇳물을 녹여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을 모두 생산하는 ‘일관제철 회사’가 됐다. 제철사업의 주변부에서 시작해 40년 만에 중심부로 도약한 셈이다.

동부제철 전기로 제철공장은 165만 m² 넓이의 기존 아산만 공장 용지에 총투자비 1조500억 원을 들여 1년 8개월에 걸쳐 건설됐다. 이곳에서 연간 300만 t의 열연강판을 생산할 예정이다. 단일 공장으로는 미국 뉴코(Nucor)의 버클리 공장 연간 생산량(250만 t)을 뛰어넘는 세계 최대 규모다.

김 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동부제철이 가진 기업가 정신과 혁신이 있었기에 일관제철 사업이 가능했다”며 “공장 규모를 연 1000만 t 이상으로 키워 글로벌 철강회사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전기로 제철은 철광석과 유연탄을 연료로 하는 고로(高爐) 제철과 달리 고철을 녹여 열연강판을 만든다. 제철소 건설비용이 낮고 온실가스 발생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로 제철보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이다.

○ “부채 4000억원 수준으로 줄일것”

김 회장은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얼마 전 산업은행이 제안한 사모펀드(PEF)의 동부메탈 인수를 통한 구조조정을 거부하고 사재(私財) 3500억 원을 털어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해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자력(自力)으로 구조조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기업은 계속 성장을 해야 하는데 PEF 방식을 선택할 경우 몇 년 동안 증설은커녕 꼼짝도 못할 수 있다”며 “원래 자력갱생을 하려 했는데 산은이 PEF로 해보자고 강력히 요청해 한번 해보기로 했던 것이다. (산은이 추진한 동부메탈 매각은) 구조조정 (성공 여부)도 확실치 않고 회사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동부그룹은 반도체 사업을 제외하면 모두 사업성과가 좋다”며 “반도체 사업도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나라를 위해 미래형 사업을 하겠다는 것인데 자꾸 방해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동부하이텍에 어느 정도 자금이 투입됐는지에 대해선 “현재 진행 중”이라고만 했다.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의 반도체 사업으로 발생한 1조9000억 원의 부채를 김 회장의 사재 출연, 동부하이텍 농업부문 매각, 동부하이텍 울산 유화공장 매각, 동부메탈 상장(上場) 등을 통해 4000억 원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진=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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