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up KOREA]‘효율의 초일류기업’ 삼성, 똘똘뭉친 임직원 위기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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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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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에서 효율성 추구해 실적성장… CEO메시지로 희망 ‘레벨업’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최대 가전제품전시회 ‘IFA 2009’에 출품한 삼성전자의 전시물 ‘꽃의 왕국’. 삼성전자는 전시장에 모두 140대의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설치해 꽃 모양의 전시물을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LED TV 판매 세계 1위 기업이다.사진 제공 삼성전자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최대 가전제품전시회 ‘IFA 2009’에 출품한 삼성전자의 전시물 ‘꽃의 왕국’. 삼성전자는 전시장에 모두 140대의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설치해 꽃 모양의 전시물을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LED TV 판매 세계 1위 기업이다.사진 제공 삼성전자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에도 큰 고비로 다가왔다. 금융위기가 실물로 전이되면서 세계 경기가 빠른 속도로 냉각됐고, 급기야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삼성의 경쟁력에도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삼성의 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비상경영체제에서 전 임직원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친 결과 위기는 오히려 도약의 기회가 됐다.》
○ ‘효율의 삼성’ 중시한 현장 경영

삼성그룹의 위기 극복은 ‘효율의 삼성’을 지향하는 조직 개편에서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기존 4개의 사업 총괄 부문을 완제품(DMC)과 부품(DS)의 2개 부문으로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지원총괄과 기술총괄을 해체하고 1400명의 본사 인력 가운데 1200명을 현장 사업부로 재배치하는 등 현장완결형 조직으로의 변신을 꾀했다. 글로벌 마케팅실, 고객만족(CS) 경영센터, 디자인경영센터, 경영기획팀, 경영혁신팀, 해외지원팀, 구매전략팀, 인사팀 등도 현장으로 전진 배치해 각 사업 부문이 발 빠르게 경영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왔다.

삼성그룹은 또 각 전자 계열사의 중복 사업을 없애고 여력을 합쳐 차세대 성장동력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공동 투자해 올해 초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양산과 함께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는 발광다이오드(LED) 전문 기업인 삼성LED를 설립했다. 삼성전기의 LED 기술력과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조 기술이 한데 모인 회사다. 삼성테크윈도 카메라 사업부문을 떼어 내 삼성디지털이미징을 설립하는 등 효율의 삼성을 만들기 위한 작업은 계열사별로 계속되고 있다.

○ 임직원 ‘한마음’으로 위기극복

한마음이 된 임직원들의 의지도 위기극복의 밑바탕이 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임원들은 올해 1월 성과급인 초과이익분배금(PS·Profit Sharing)을 자진 반납했다. 2월에는 직원들 스스로가 임금 동결과 성과급 상한선 축소에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임원들의 해외 출장에서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던 관행도 없앴고, 야근 교통비 지급, 연차 수당 등도 줄였다. 다만 임직원들의 사기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건강검진과 학자금, 경조사 등의 복리후생은 줄이지 않았다.

이런 노력이 힘을 얻어 삼성은 최근 성과급 상한선을 원상태로 돌리는 등 정상 경영으로 빠르게 복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3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 계열사들이 ‘깜짝 실적’을 잇달아 발표한 결과다. 연봉의 최대 30%로 낮췄던 PS를 기존 기준인 50%까지 올렸고 상·하반기에 각각 기본급의 최대 100%로 낮췄던 생산성격려금(PI·Productive Incentive)도 150%로 환원했다. 임원들도 다시 해외 출장에서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 메시지의 리더십, 최고경영자(CEO)의 독려

삼성중공업은 올해 7월 조선경기가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최대 500억 달러에 이르는 대형 수주 계약을 따내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사진 제공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올해 7월 조선경기가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최대 500억 달러에 이르는 대형 수주 계약을 따내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사진 제공 삼성중공업
위기 극복에는 고비마다 적절한 메시지를 통해 임직원들을 격려한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도 있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2월 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기흥사업장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직원들과 더 가까워지겠다는 의미다. 이 부회장은 사업장 내 구내식당에서 자주 식사를 하면서 임직원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얘기를 경청했다.

이 부회장은 3월 사내 방송에서 ‘효율성 제고’를 통한 위기 극복의 해법을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개발 스피드를 ‘더 빠르게’ 하고 품질이나 성능, 시장점유율, 수율 등을 ‘더 높게’ 하며, 재고 등을 ‘더 낮게’ 가져가자는 내부 효율 극대화”를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현장에서 답을 찾고 즉시 의사 결정하는 현장 중심 문화, 활발히 토의하고 학습하는 토론문화, 조직간 벽을 허무는 개방문화를 적극 구축해 나가자”고 말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달 임직원 메시지에서 “상당기간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남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우리만의 강한 조직문화, 경쟁력있는 문화를 구축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도 최근 “첨단기술이 요구되는 복합선박과 극지방 등에 적합한 신개념 선박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2012년에는 세계 초일류회사로 발전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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