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터키서 씽씽… 삼성, 두바이서 쑥쑥

■ 활력 넘치는 해외 한국기업
○ 삼성 ‘버즈 두바이’
818m 마천루 98% 공정, 사우디 1200m 수주 도전
○ 현대차 터키공장
프랑스 르노 제치고 승용차 점유율 1위로

“1등을 해본 경험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욱 중요합니다. 수성 전략으로 확고부동한 1등이 될 겁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동쪽으로 120km 떨어진 이즈미트 시에 들어서자 ‘현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HYUNDAI)’라고 적힌 큼지막한 입간판이 눈길을 끌었다. 현대자동차 터키공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합동 연차총회에 앞서 5일 현장을 방문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국 기자들에게 터키공장의 현황을 소개하는 엄광흠 터키법인장(전무)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엑센트(국내명 베르나)가 지난해 한 조사에서 ‘가장 선호하는 차량’에 뽑힌 데 이어 올해에는 프랑스의 르노를 제치고 승용차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올라섰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실제로 공장의 생산라인은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현대위아가 제작했다는 거대한 프레스도 굉음을 내지르며 부지런히 차체를 찍어냈다.

현대차의 첫 해외공장으로 1997년부터 양산에 들어간 터키법인은 경제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은 한국 기업의 글로벌 사업현장으로 평가받는다. 동유럽에 대한 수출이 대폭 감소하면서 올해 초만 해도 현대차의 5개 해외공장 가운데 생산량 감소 폭이 가장 클 만큼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수출 감소분을 내수시장에서 회복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내수에 주력한 덕분에 터키 승용차 시장에서 1위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엄 법인장은 “택시 범퍼를 무상으로 교환해주는 등 택시 운전사를 활용한 구전(口傳) 마케팅을 펴고 전 주재원이 휴일을 반납한 채 토요일마다 현지 딜러를 방문해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차별된 마케팅의 결과 최근 11년간 판매 1위였던 르노의 점유율이 지난해 15.0%에서 올해 15.3%로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에 현대차 점유율은 9.3%에서 16.0%로 치솟았다. 윤 장관은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업가정신이 꽃핀 현장”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버즈 두바이’ 건설 현장에서도 불황을 모르는 한국 기업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8일 찾은 두바이의 건설시장은 경제위기로 신규 건설 프로젝트의 80%가 중단될 정도로 한파가 몰아치고 있었지만 버즈 두바이만큼은 98%의 공정을 보이며 세계 최고층 빌딩(160층·818m)의 위용을 뽐냈다. 발주처가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대주주인 이마르사인 덕분에 다른 건설 프로젝트와 달리 자금난을 겪지 않고 공사가 착착 진행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호텔로 사용되는 39층까지는 세계적 디자이너인 조르조 아르마니가 인테리어를 맡았다. 준공이 예정된 12월에는 세계 최고의 7성급 호텔이라는 수식어도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건설은 여세를 몰아 사우디아라비아가 디자인을 공모하고 있는 높이 1200m의 킹덤타워 건설 수주에도 도전장을 낼 계획이다. 사우디 측으로부터 이미 시공 협의가 들어오는 데다 800m 이상 초고층 빌딩을 건설한 경험이 유일한 회사이기에 삼성건설이 수주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창길 삼성건설 중동지원담당 상무는 “세계 건축사의 이정표를 순수하게 우리나라 기술력으로 쌓아올렸다고 자부하고 있다”며 “한국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선보이는 데 일조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즈미트·두바이=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