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걸릴라” 숨죽인 제약업계

  • 입력 2009년 9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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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실추-약값 인하 타격”
미리 준 돈까지 부랴부랴 회수
“받은 쪽은 처벌 않나” 불만도

■ 복지부 단속 한달째

“분위기요? 무조건 엎드려 있는 거죠. 처음 적발된 업체는 치명타를 맞게 될 겁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제약업체 리베이트 단속이 1일로 한 달째를 맞은 가운데 제약업체들도 마음을 졸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 대형 제약업체 A사 관계자는 “리베이트 제공업체로 적발되면 약값이 20% 인하되는데 이는 상당한 타격”이라며 “특히 첫 케이스로 찍히면 회사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리베이트를 지급하다 적발된 업체는 아직까지 한 곳도 없다. 제약업체 관계자들은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분명 리베이트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변칙적인 새로운 리베이트가 언제 다시 등장할지 모른다”고 했다.

실제로 제약업체 몇 곳은 지난달 ‘리베이트 회수’에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속에 앞서 6∼7월 미리 리베이트를 지급한 상황에서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미리 지급한 것이라도 단속에 적발되면 곧바로 (약값) 인하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하자 부랴부랴 회수에 나선 것. B사 관계자는 “꼼수를 써 하반기 리베이트를 미리 지급한 몇몇 업체가 전 장관 발언 이후 회수에 나섰지만 ‘준 걸 다시 가져가느냐’며 반발도 적지 않아 고생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요즘 제약업계는 서울 종로경찰서의 리베이트 수사 진척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종로서는 서울대병원의 한 학회 행사에 의료기기업체와 다국적 제약사 4곳이 35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물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학회 행사 지원은 사실 일반적인 영업행위 중 하나였다”며 “하지만 경찰이 사법처리에 나설 경우 리베이트 단속의 첫 사례이자 기준이 될 수도 있어 수사결과에 관심이 쏠려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례 없는 정부의 강경 방침에 제약업계에서는 “받는 사람도 함께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C사 관계자는 “일부 의사들이 여전히 리베이트를 먼저 요구하기도 해 중간에 낀 업체만 난감한 경우가 많다”며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함께 처벌하는 ‘쌍벌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측은 “의약품 유통구조 개선 등 좀 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단속은 계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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