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뜨면 오징어 가격이 오르는 까닭

  • 입력 2009년 6월 25일 20시 44분


고등어, 명태와 함께 가장 많이 소비되는 '국민 해산물' 오징어 몸값이 예년보다 훌쩍 뛰었다. 올해 6월에 윤달이 끼면서 오징어 어획량이 예전보다 30%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25일 수협 수산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가락시장에서 팔리는 물오징어 도매가격은 1㎏당 36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1% 올랐다.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대형마트 오징어 가격도 마리 당 128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0%가량 비싸다. 수협 관계자는 "윤달이 끼면서 수온 변화가 커지고 조업 환경 악화로 어획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윤달은 19년에 7번 발생하는 달로 올해 6월이 윤달이다. 양력 6월 1일은 음력으로 5월 9일이고 6월 23일은 음력으로 다시 5월 1월이다. 이달 23일부터 음력 5월이 한번 더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양력 1년은 약 365.24일인데 반해 음력 1년은 354.37일로 11일 가량 차이가 난다. 이에 따라 음력 계산법에서는 음력과 양력 간 날짜 차이로 계절이 어긋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3년에 1개월 또는 8년에 3개월의 윤달을 넣고 있다.

날짜 계산법과 어획량이 무슨 상관일까.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달의 인력(引力)에 따라 바닷물 높이와 움직임은 크게 변한다"며 "달이 차고 기우는 기간을 한 달로 본 음력은 육지에 사는 어부들이 바다 아래 물 속 상황을 짐작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음력으로 보면 지금 시점은 윤달이 끼어 작년보다 1개월가량 빠르다. 따라서 원래 한반도 근해에 살지 않는 회유어종이 한반도 인근으로 돌아오는 시기도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오징어를 비롯해 고등어, 갈치, 꽃게 등이 회유어종이다. 이 때문에 요즘 오징어는 작년에 비해 어획량이 30%가량 줄면서 가격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달이 밝아 집어(集魚)가 어려운 월명기(보름달이 뜨는 음력 15일 전후 1주일)도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줄어 가격이 오르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밝은 달빛 때문에 오징어를 유인할 집어등을 켜도 효과가 없어 오징어잡이 배들이 아예 조업을 나가지 않는다. 오징어 뿐 아니라 깊은 바다에 숨어사는 고등어나 조기, 갈치 등도 월명기에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여형희 롯데마트 수산담당 상품기획자는 "양력으로만 보면 지금이 본격적인 오징어 출하 시기지만 바다는 달의 영향을 받는 만큼 음력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며 "한 달 후에는 본격적인 오징어 출하 시기가 되는 만큼 가격도 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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