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가 된 국민연금?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작년 주식투자 ―42% 손실, 올들어 +17%로 승승장구

“무리한 투자” 비난 딛고 증시 회복기에 날아올라… “낙관 이르다” 신중론도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세계 주요 연기금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국민연금이 올해 들어서도 반등장을 맞아 높은 운용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무너지는 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대량으로 싼값에 사들였던 주식들의 평가액이 올 들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주식 부문 수익률이 금융위기를 맞아 ―40% 이하로 추락했고 이를 채권 운용수익으로 겨우 상쇄한 것을 감안하면 아직은 올해 수익률을 크게 낙관할 단계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작년 용기 있는 저가매수로 올 수익률 반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공시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국민연금의 기간수익률은 5.05%, 연환산 수익률은 7.76%로 집계됐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올해 국민연금이 주식 채권 등의 투자로 낼 수 있는 수익률이 지난해(0.01%)를 크게 웃도는 것은 물론이고 2004년(8.07%) 이후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뜻이다. 부문별로는 1∼4월 중 주식 부문에서 17.7%, 채권 부문에서 2.7%(연환산 6.17%)의 수익률을 각각 냈다. 주식 투자 부문 수익률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남아 있던 올 2월까지만 해도 마이너스(―6.19%)를 면치 못했지만 3월 이후 시작된 주가 상승의 영향으로 빠르게 회복됐다.

특히 주식투자 수익률의 빠른 회복세는 지난해 하반기 주식 저가(低價) 매수의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5월까지 본전 수준을 유지하던 주식투자 수익률은 금융위기에 따른 주가 폭락으로 그해 10월 ―42%대까지 떨어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금융계에서는 공적 연금이 무리한 주식투자로 대규모 손실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연기금이 안정적인 운용으로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생각은 안 하고 증시와 경기부양에만 동원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이 같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지난해 9, 10월 두 달 동안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국내 증시에서 5조2500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특히 코스피 1,000 선이 무너졌던 10월 말에는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시장에 집중 투입했다. 당시는 코스피가 도대체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지 예상하는 전문가가 거의 없을 만큼 매수세가 실종됐던 시기였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시장이 무너지고 있는데 주식을 사는 것은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회고했다.

“아직 낙관하긴 이르다”

올 들어 증시 상승으로 수익률이 차츰 회복되자 국민연금은 3월부터 차익실현에 나섰다. 3월부터 팔자세로 돌아선 연기금은 4, 5월에 3조5000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최근 증시가 별다른 상승 동력 없이 1,400 선을 맴돌고 있는 데는 연기금의 꾸준한 매도세가 한몫했다.

국민연금의 중간 성적표에 대해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시장이 공포에 질렸을 때 싼값에 주식을 사 투자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아직은 신중한 반응이 많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도 외국인이 거센 매수세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최근 반등장에서 국민연금이 너무 일찍 차익 실현을 해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며 “결국 자신들이 주식을 판 레벨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주식을 되사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만큼 앞으로의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도 많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앞으로 전체 자산대비 주식투자 비율을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주가 폭락으로 수익률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고초를 겪은 바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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