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상품은 싸다고? 고급도 많아요

  • 입력 2009년 5월 28일 02시 59분


26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세계 PL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새로운 개념의 PL 상품을 전시한 ‘아이디어 슈퍼마켓’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 병이 난 고양이가 용변을 볼 경우 색깔이 변해 건강 상태를 주인에게 알려준다. 암스테르담=이원주  기자
26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세계 PL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새로운 개념의 PL 상품을 전시한 ‘아이디어 슈퍼마켓’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 병이 난 고양이가 용변을 볼 경우 색깔이 변해 건강 상태를 주인에게 알려준다. 암스테르담=이원주 기자
네덜란드 PL박람회 개막
한국 中企 8곳 부스 차려

“이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는 특이한 기능이 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은 고양이가 용변을 볼 경우 색깔이 변해 어떤 병에 걸렸는지 알려주는 거죠. 지금까지 나온 적 없는 상품입니다.”

2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라이’ 박람회장에서 열린 세계 자체브랜드(PL) 박람회장. 행사 관계자인 산드라 튜먼 제품 구성 매니저가 ‘아이디어 슈퍼마켓’이라는 이름이 붙은 전시장 한쪽에 진열된 고양이 모래를 소개했다. 이 전시장은 지금까지 볼 수 없던 PL 상품이나 ‘PL은 값싼 상품’이라는 고정관념을 뒤집는 상품들을 선보이는 전시장이다. 이마트도 한쪽 진열대에 ‘스마트이팅’ 등 프리미엄급 PL 식품을 진열했다.

○PL에 미래를 건 업체들

1980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세계 PL 박람회는 현재 미국과 네덜란드에서 각각 매년 한 번씩 열린다. 전 세계 PL 상품의 경향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유통업체들의 관심이 큰 행사다. 주최 측인 PLMA(Private Label Manufactures Association) 측은 올해 약 70개 국가에서 2000여 개 업체가 부스를 차렸고, 유통업체 바이어도 90여 개 국가에서 5000명 정도가 참여한 것으로 집계했다.

관련업체들의 관심이 많이 쏠린 식품관에서는 유통업체 바이어들이 통로를 가득 메운 채 제조업체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네덜란드 견과류가공업체인 ‘DNG’사(社)는 설명을 듣는 바이어들에게 샴페인과 함께 제품을 맛볼 수 있게 해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았다. 조스 반 덴 아커 DNG 영업담당 임원은 “네덜란드 견과류 시장의 70%가 PL이고 영업이익률도 제조사 브랜드(NB)보다 크기 때문에 PL 계약을 늘리는 것이 회사의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스위스에서 온 한 바이어는 “PL제품 매출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PL 납품업체 확보가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측도 “PL 제품 매출이 3년간 매년 4%씩 늘었다”며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 있는 PL 제품을 만드는 것이 유통업계의 화두”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올해 8∼9월경 PL 제품을 모두 리뉴얼할 계획이다.

○한국 중소 제조업체의 고민

박람회에는 올해 처음 ‘한국관’도 생겼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사의 지원을 받아 8개 중소업체가 각각 작은 부스를 차렸다. 디자인을 강조한 문구 제조업체와 목욕용품, 주방용품을 만드는 중소기업들이 제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 업체들은 모두 PL 제품을 납품해 매출 규모를 키우길 원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으로서 어려운 점도 많다고 털어놨다. 디자인 문구 제조업체 ‘디자인웁스’ 서홍우 사장은 “일본이나 유럽 유통업체에 PL 상품을 납품하고 싶다”고 참가 목적을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 유통업체와 계약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에서는 품질보다 ‘영업’이 납품업체 선정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품질이나 제품 차별화에 집중하는 중소업체는 납품이 쉽지 않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행사에 참여한 또 다른 업체 사장도 “PL 상품은 유통업체의 요구를 반영해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제조사의 역량을 100% 발휘하기 힘들다”며 “PL 납품은 단기적 이익을 위한 것이며 회사가 오랫동안 살아남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NB를 키우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암스테르담=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자체 브랜드 (PL·Private Label):

제조업체가 만든 상품에 유통업체가 자체 개발한 상표를 붙여 파는 상품. PB(Private Brand) 상품이라고도 한다. 반면 제조사 브랜드(NB·National Brand)는 PL 제품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제조업체가 독자적으로 보유한 브랜드 상품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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