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갈등에… 진세조선도 워크아웃 불발

  • 입력 2009년 5월 23일 02시 59분


‘선박 관리방식’ 싸고 은행-보험사 이견 못좁혀

중견 조선업체(2008년 매출 3700억 원)인 진세조선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중단됐다.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 사이에서 추가 지원 여부를 놓고 의견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중단으로 신규 자금 지원을 받기 어렵게 된 진세조선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파산, 매각 추진 등의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해외 선주들로부터 선수금 환급 요청이 잇따를 수 있다.

진세조선의 주채권은행인 국민은행은 840억 원의 신규 자금 지원, 수주 선박의 공동 관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진세조선 경영정상화 계획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채권단의 25%를 넘어 이 회사의 워크아웃이 중단됐다고 22일 밝혔다. 경영정상화 계획이 통과되려면 채권단 75%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번 표결에서 은행들은 진세조선이 건조 중인 선박을 공동 관리하는 내용의 경영정상화 계획에 찬성했지만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한화손해보험 등 진세조선에 선수금환급보증(RG)보험을 발행한 3개 보험사 등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회사들은 RG보험이 걸린 선박만 정상적으로 건조하면 손실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개별 관리방식으로 하자고 주장해 왔다. 이와 관련해 채권단에 속한 한 은행의 관계자는 “개별 관리방식은 전체 채권금액의 31.5% 수준인 3개 보험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채권자 간 공정성과 형평성이라는 워크아웃의 기본취지에 위배되기 때문에 은행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날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한화손해보험은 진세조선에 대한 채권채무 행사 기간을 한 달 더 유예하자는 안건을 제안했지만 채권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진세조선의 채권자들은 각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진세조선의 워크아웃 무산으로 금융권의 조선사 구조조정 평가에서 C등급(워크아웃 대상)을 받은 대한조선 녹봉조선 진세조선 등 3개 조선사 가운데 2곳의 워크아웃이 중단됐다. 녹봉조선은 지난달 22일 워크아웃이 중단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상태다. 대한조선은 채권단이 긴급 운영자금 7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달 24일 경영정상화 계획이 확정돼 워크아웃이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C&중공업은 RG보험을 둘러싼 은행과 보험사의 갈등으로 결국 워크아웃이 중단돼 자체 매각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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