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수도권 상가분양시장도 ‘노크’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7분


분양 한달새 83% 팔린 곳도
맥 못추던 권리금 덩달아 올라
“시세차익 보다 임대수익 따져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아파트 단지 내 상가(지상 5층 규모)는 지난달 10일부터 점포 분양을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공급 면적의 83%가 팔려나갔다. 1층 기준 분양가가 점포당 5억∼15억 원으로 비쌌지만 계약률이 높았다. 서울 강남권의 대단지 새 아파트에 딸린 상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분양 시작 한 달여 만에 계약률 80%를 넘긴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올해 초 극심한 침체에 허덕였던 수도권 상가 분양시장이 최근 들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올 2월까지만 해도 찾아오는 수요자는 물론 문의 전화조차 거의 없었지만 3월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서 분양된 한 상가는 건물이 통째로 팔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유동성이 상가 분양시장에도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상가 분양시장에도 봄 햇살

지난해 9월 분양이 시작된 ‘현대드림밸리’(서울 송파구 방이동) 상가는 올해 초까지 계약률이 0%에 가까울 정도로 실적이 저조했다. 그러나 3월부터 수요자들이 몰리기 시작해 현재 분양물량의 50%가 팔렸다. 4월에는 분양 면적의 30%에 해당하는 점포 7개(총 40억 원)가 계약되기도 했다.

판교신도시에서 분양된 상가들도 성적이 좋다. 3월에 분양을 시작한 ‘스타식스 코어1’ ‘스타식스 코어2’ 상가는 분양 2개월 만에 물량의 80% 정도가 계약됐다. 판교신도시 안에 있는 ‘스타식스 게이트’ 상가는 한 고액자산가가 임대사업을 하기 위해 지상 4층짜리 상가 건물을 통째로 분양받기도 했다.

상가 분양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대한주택공사가 수도권에서 분양한 단지 내 상가의 계약률에서도 잘 드러난다. 주공의 수도권 단지 내 상가 계약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맹위를 떨친 지난해 10월 30%, 11월 13.9%로 급락했지만 올 3월에는 66.7%로 크게 올랐다.

상가를 분양받는 수요자 중에는 노후대비용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하는 50대가 여전히 많지만 분양받는 점포에서 직접 창업을 하려는 30, 40대도 늘고 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미아프라자’(지상 6층)를 분양 중인 삼승개발 김진억 분양팀장은 “분양이 완료된 1층 점포는 대부분 30, 40대 실수요자들이 학원이나 병원 등을 차리기 위해 분양을 받았다”고 말했다.

○ 바닥 기던 권리금도 큰 폭 상승

권리금이 없어진 상가들이 많았던 지난해 하반기와 달리 올해 들어서는 권리금도 오르는 추세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평균 7062만 원이었던 서울 소재 점포의 권리금이 올 4월 말에는 평균 1억1650만 원으로 65% 올랐다. 특히 강남구는 같은 기간 평균 권리금이 1억270만 원에서 두 배인 2억807만 원으로 급등했다. 종로구(1억4680만 원→2억775만 원)와 송파구(9711만 원→1억8050만 원)도 두 배 가까이로 올랐다.

강남구 압구정동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권리금 없이 나왔던 매물은 다 나갔고 요즘은 권리금이 붙지 않은 상가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강남구 삼성동에서 149m²짜리 편의점을 운영 중인 황모(50·여) 씨는 “최근 권리금을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올려 매물을 내놓았는데 예상보다 구입 희망자가 많아 나중에 팔기로 했다”고 말했다.

○ 임차수요 풍부한 상가가 안정적

전문가들은 최근 상가 분양경기가 호전되는 것은 경기 회복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자산가를 중심으로 개인들의 투자 수요가 몰리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상가분양업계에서는 지난해 가을 금융위기 때 많이 팔렸던 고금리 예금상품의 만기가 곧 도래하면 상가 분양으로 자금이 유입돼 상가 경기가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가 경기가 본격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고 신규 창업자가 줄어드는 여건 등을 감안해 임대수익이 안정적으로 나올 수 있는 상가를 분양받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상가정보업체인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대표는 “지금은 내수와 전반적인 상가 경기가 침체돼 있어 시세차익을 장담하기가 어렵다”며 “시세차익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상가 분양의 1차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신규 창업자보다는 경험이 많은 세입자에게 임대하는 게 좋다고 선 대표는 덧붙였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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