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 李 - 陳 리더십 72.7점… 1기보다 11.3점 높아

  • 입력 2009년 5월 18일 02시 58분


《20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진동수 금융위원장 등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 수장(首長) 3명의 리더십을 경제 전문가들은 100점 만점에 평균 72.7점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10월 말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 평가에서 당시 강만수 재정부 장관과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 총재 등 1기 경제팀이 받은 점수(61.4점)보다 11.3점 높아진 것이다.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 20명 중 10명은 2기 경제팀 수장들의 정책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해 1명만 ‘잘 이뤄지고 있다’고 답한 1기 때보다 정책공조의 수준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제위기 극복 이후 한국 경제가 지향해야 할 ‘청사진’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 점, 기업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하지 못한 점 등은 2기 경제팀이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이는 동아일보가 2기 경제팀 출범 100일을 앞두고 11∼17일 학계와 경제연구소, 금융계 의 경제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수장 리더십에 관한 심층 설문조사’ 결과다. 동아일보는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해 10월 말에도 1기 경제팀의 리더십에 대해 동일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 평가지표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리더십 전문가인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가 경제 리더십의 조건으로 선정한 10개 항목을 사용했다. 설문대상자 20명 중 18명은 지난해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이며, 개인 사정으로 설문에 응하지 못한 2명만 다른 전문가로 교체했다.

○ 통솔력의 윤증현, 신뢰의 이성태

윤 장관은 용기와 통솔력 항목에서 10점 만점에 각각 8.4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비전(7.3점)과 포용력(7.4점) 점수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신뢰 점수는 8점을 얻어 지난해 같은 항목에서 4점에 불과했던 강 전 장관과 큰 차이를 보였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에 대한 중장기적 비전과 운영 전략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지난해 신뢰 항목에서 8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던 이 총재는 이번 조사에서도 8.2점으로 1위에 올랐다. 신용 및 자금경색을 풀기 위해 저금리 기조의 통화정책을 일관되게 펼쳐온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교섭능력(6.5점)과 커뮤니케이션(6.8점) 등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한 전문가는 “한은법 개정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는 등 협상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진 위원장은 모든 항목에서 ‘보통’(6점) 이상의 평가를 받았지만 비전은 6.3점으로 3명 중 최하위였다. 진 위원장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은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필수작업인데도 진행 속도가 더디다”고 지적한 전문가가 적지 않았다.

○ “리더십 개선됐으나 적극성 부족”

10개 항목 점수를 모두 합한 리더십 총점은 윤 장관이 77.5점, 이 총재가 71.4점, 진 위원장이 69.2점으로 1기(53.9∼67.0점)보다 높았다. 전문가들은 현 경제수장들의 리더십 점수가 오른 이유로 출범 이후 비교적 잡음 없이 경제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한 점을 꼽았다. 지난해 조사 때는 재정부와 금융위, 한은 간 ‘정책 엇박자’ 탓에 금융시장 불안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점수가 오른 데는 윤 장관이 가장 많이 기여했다. 윤 장관의 총점은 전임자보다 23.6점 높아 2기 경제팀의 평균점수를 끌어올렸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윤 장관이 ‘국민에게 비관론을 심어줄 수 있다’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취임 직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낮추는 등 솔직한 자세를 보인 것이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 경제팀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많았다. 1기 경제팀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 글로벌 금융위기, 미네르바 사건 등 돌발 악재에 시달린 반면 현 경제팀은 경제상황이 다소 호전돼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경제팀의 리더십은 대체로 무난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경제를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한 비전 제시 등 적극성은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 2~4곳 자율협약 추진▼
채권銀 검토… 효과반감 우려

채권은행들이 재무사정이 좋지 않아 구조조정 대상이 된 대기업그룹 2∼4곳에 대해 재무구조개선약정(MOU) 대신 자율협약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MOU는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상황을 수시로 확인해 문제점을 고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반면 자율협약은 구속력이 떨어져 구조조정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지난달 재무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14개 그룹과 합격은 했지만 경영악화 가능성이 높은 일부 그룹을 상대로 MOU 체결 여부를 협의한 결과 2∼4곳에는 예외적으로 자율협약을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MOU를 체결하면 계열사를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데 이들 ‘예외 기업’은 시장에서 관심을 보일 만한 알짜 매물이 별로 없어 상황에 따라 구조조정 방식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 자율협약이 더 낫다는 것이다.

중견 A그룹 측은 19개 계열사 가운데 사업성이 좋은 업체가 2, 3곳밖에 안 돼 계열사 매각 방식으로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주채권은행도 이런 점에 공감해 주요 계열사들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불필요한 인력을 점차 줄여나가는 자율협약을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매각할 만한 자산이 부족한 회사로선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MOU를 체결하면 그룹의 신용도가 떨어져 오히려 자금난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10대 그룹에 속하는 B그룹도 자율협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이 그룹은 2004년 주채권은행과 MOU를 체결한 뒤 자율협약으로 전환했지만 이번에 다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은행 측은 “일단 MOU를 체결한 뒤 중간평가 때 실적이 좋아지면 자율협약으로 바꾸는 식의 방안들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팔 만한 계열사가 없다고 해서 MOU를 체결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해 적당히 봐주는 식의 무분별한 자율협약을 허용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채권단은 이달 내에 대기업그룹 9, 10곳과 MOU를 체결하는 한편 대기업 430곳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끝내고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경제수장들 더 자주 만나 정책 엇박자 줄여야”

■ 전문가 제언
과잉유동성 선제적 대응 필요
기업구조조정 속도 높이길

‘수시로 얼굴을 맞대고 현안을 조율해 경제주체들에게 통일된 목소리를 전달하라.’

경제 전문가들은 ‘2기 경제팀’의 팀워크가 1기 때보다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뿐 아니라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금융감독원장 등이 더 자주 회합해 유기적으로 경제정책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에서 매주 비공개로 경제금융대책회의(옛 ‘서별관 회의’)가 열리고 있지만 최근의 한국은행법 개정 논란처럼 세부 사안에서 여전히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어 수시 회의체를 통해 정책 갈등을 줄여야 한다는 충고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부와 금융위, 금감원의 관계는 개선됐지만 한은과 금융당국 간 협조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도 “경제수장들이 수시로 만나 의견을 교환한다면 정책 잡음이 줄어 경제팀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는 ‘입법과정에서 갈등을 줄여야 한다’는 충고가 많았다. 한 응답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폐지법안 처리과정에서 확인된 것처럼 법안 통과를 너무 서두르다 보면 국회와 불필요한 마찰이 생길 수 있으므로 대(對)국민 홍보를 강화해 국회 스스로 시한을 지키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에게는 경제위기 극복에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은 통화정책에 독립성을 가져야 하지만 지나치게 유연성을 잃어 ‘외곬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과잉 유동성에 대해 선제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당부도 있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돈을 풀더라도 중소기업 등 생산적 부문으로 흘러간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유동성의 경로를 추적하며 세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에게는 기업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라는 충고가 집중됐다. 한 응답자는 “구조조정이 없는 경기부양은 추후 국민 경제에 치명적인 폐해를 안겨준다”며 “머뭇거리다가 실기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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