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할머니 소비 파워’

  • 입력 2009년 5월 17일 21시 43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뉴코아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세 살짜리 딸과 음악 체험 강좌를 듣는 주부 홍지형 씨(31)는 최근 강의실에 할머니 회원들이 부쩍 늘어나 놀랐다. 맞벌이 증가와 저출산 추세로 바쁜 엄마를 대신해 손자, 손녀들을 극진히 챙기는 할머니들이 많아진 것. 홍 씨는 "요즘 할머니들은 옛날 할머니들과 달리 교육과 경제수준이 높아 손자들을 보낼 사립초등학교와 영어유치원 정보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의 소비 파워가 커지고 있다. 서울 주요 백화점들의 경우 주중 유아동복과 완구 매장에는 부모를 대신해 쇼핑을 나온 할머니들이 많아졌다. 롯데백화점이 본점 유아동복 고객의 연령대별 매출 비중을 조사한 결과 40대 이상 비중은 2004년(1~4월) 28.8%에서 올해 같은 기간 36.4%로 늘어난 반면 20,30대 비중은 71.2%에서 63.6%로 줄었다. 현대백화점 신촌점 아동복 담당 강효창 과장은 "주중에는 할머니 고객이 20% 가량"이라며 "젊은 엄마들이 주로 티셔츠나 바지 등 단품 위주로 사는 반면 할머니들은 세트 옷이나 여러 벌을 한꺼번에 사기 때문에 구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명품 브랜드에서도 '큰 손'으로 떠올랐다. 신세계백화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 중 50대 이상 고객의 매출 비중은 2007년(1~4월) 28%에서 올해 같은 기간 53%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백화점들은 '할머니 큰 손'을 잡기 위해 문화센터 시니어 강좌를 강화하고, 이 곳에서 형성된 친목모임을 통한 국내여행도 늘리고 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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