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제품 기획, 약사가 기업설명

  • 입력 2009년 5월 12일 03시 03분


대웅제약 영역파괴 人事실험 “전문가 영입해 다방면 활용”

대웅제약의 ‘역발상’ 인재 경영이 제약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변호사 출신이 신제품 기획에 나서고 약사 출신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기업설명(IR)을 하는 등 전문성을 지닌 인재가 자신의 영역을 넘어 회사 주요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올해 2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변호사 2명을 영입했다. 사내에서는 ‘회사 법무팀을 강화하려는 포석’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제약회사들은 대웅제약이 법무팀을 강화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 발령을 받은 부서는 제품기획팀과 사업개발팀. 모두 법률 지식과 관계없는 제약회사의 ‘최전방’ 부서다. 사업개발팀으로 발령받은 홍혜선 과장은 “법무팀 변호사로 한정된 업무를 담당하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회사 업무에 임하고 싶었다”며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끈기로 신사업 개발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전문자격증’ 인재는 이들이 처음이 아니다. 7일 현재 사내에 변호사, 약사, 수의사, 공인회계사, 간호사 등 전문자격증을 가진 직원은 212명으로 회사 전체 인원의 13.1%에 달한다. 이들 중에는 변호사로 입사해 마케팅 부서인 항생골격팀에서 일하는 유광준 부장과 약사 출신으로 대웅제약 IR 업무를 담당하는 김재순 부장 등 전혀 다른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사람도 많다. 대웅제약의 지주사인 ㈜대웅의 경영을 총괄하는 윤재승 부회장도 검사 출신이다.

대웅제약의 독특한 인재 활용 방법은 이종욱 사장의 경영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 사장은 “이번에 사법연수원 출신자를 영입한 것은 유능한 인재를 선발해 법률 전문가의 영역을 넘어 우수한 관리자나 경영자로 키우기 위한 것”이라며 “변호사나 약사 등 전문 분야 인재 중에는 예상외로 자신의 ‘전공’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최우수 직원은 국내 최고 수준의 대우를 보장하고 우수 직원은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 주고 있다”며 “반드시 영입해야 하는 ‘A급 인재’가 있으면 영입 예산의 한계를 두지 않을 정도로 인재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좋으나 전문성이 우수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며 “앞으로 대웅제약에서 영입한 인재들이 조직 내에서 잘 적응하고 성장해야 이 같은 인사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