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휴대전화-TV ‘효자’역할
위기후 시장재편 주도권
삼성전자는 1분기(1∼3월) 본사 기준으로 18조5700억 원의 매출액을 올려 1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4분기(10∼12월) 1조 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냈던 삼성전자는 한 분기 만에 흑자전환이라는 ‘대반전’을 이뤄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하이닉스반도체도 영업 손실 규모를 작년 4분기 1조500억 원에서 1분기 6520억 원으로 40% 가까이 줄였다.
해외에서도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실적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옥석 가리기’를 통해 빠르게 재편하고 있는 시장 경쟁구도 속에 삼성전자와 LG전자, 하이닉스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는 평가다.
○ 휴대전화, TV가 삼성전자 살렸다
삼성전자의 ‘디지털솔루션(DS·부품)부문’과 ‘디지털미디어 커뮤니케이션(DMC·완제품)부문’은 영업손실 9500억 원과 영업이익 1조1000억 원이라는 ‘극(極)과 극’의 성적표를 받았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패널은 여전히 경기 불황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반면 휴대전화와 LCD TV 등이 선전했기 때문이다.
디지털미디어 사업부는 전 분기 1700억 원 적자에서 1분기 1500억 원 흑자로 전환했고, 정보통신사업부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1600억 원)의 6배인 9400억 원을 벌어들였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휴대전화 4600만여 대를 팔아 세계 시장점유율도 18%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세계 1위인 노키아는 올 1분기 2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판매량이 1억 대를 밑돌면서 시장점유율이 37%로 떨어졌다.
LG전자, 모토로라, 소니에릭손의 치열한 3위 다툼도 LG전자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LG전자가 올 1분기 2260만 대를 판 반면 소니에릭손은 1450만 대 판매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노키아-삼성-LG의 ‘톱3’ 구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국내 IT기업 중 KT는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4%, 직전 분기보다 361.6% 늘어나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KTF도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167.9% 증가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여전히 불황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1분기 399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면서 전년 동기(342억 원 흑자)보다 실적이 악화됐다. IT 중소기업인 아이리버도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하고 영업실적도 적자 전환하는 등 IT기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 반도체, 강자(强者)만이 버틴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영업손실 9370억 원의 60%는 반도체사업(5600억 원)에서 나왔다. 올 1분기에도 반도체 영업손실은 650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가격이 폭락했던 D램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오히려 전 분기보다 3% 늘어났다. 삼성전자 측은 “반도체 영업이익률이 ―17%이지만 경쟁업체보다 훨씬 양호한 수준”이라며 “올해 시장점유율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닉스반도체는 본사 기준으로 1조1980억 원의 매출을 올려 652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지만 직전 분기보다 영업손실 규모를 38% 줄이는 성과를 냈다. 반면 D램 업계 3위인 일본 엘피다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5위였던 독일 키몬다는 이미 파산 절차에 돌입했고, 파워칩과 프로모스 등 일부 대만 기업들은 ‘인공호흡기’를 달고 수명을 연장하고 있는 정도다. 전문가들은 “2년 넘도록 이어진 반도체 공급 과잉이 해소될 조짐이 보여 올해 하반기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분기 실적에서 흑자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비메모리업계도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세계 1위 기업인 미국 인텔은 1분기에 6억4700만 달러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는 55% 이익이 줄어들었지만 적자를 낼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벗어났다. 반면에 경쟁사인 AMD는 1분기 매출액이 21%나 줄어들면서 당기 순손실이 4억1400만 달러나 됐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