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자산… 쓰러진 고객 한달 병수발도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BMW 판매왕 구승회 과장

“슈퍼맨이 된 것 같아요.”

BMW코리아 공식 딜러인 코오롱글로텍의 구승회 과장(39·사진)이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다들 불황이라는데 솔직히 저는 특별히 못 느끼겠어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연봉 3억 원이 넘는 몸값을 자랑하는 샐러리맨이라면 ‘슈퍼맨’이 맞다.

2002년 신입사원 시절, 그는 서울 강북전시장에서 일흔이 넘은 한 노(老)신사를 만났다. 손님이 귀했던 때라 노신사가 전시장을 둘러보는 사이 그는 밖에서 노신사 차의 흙 묻은 타이어를 일일이 닦아냈다.

“그 모습을 좋게 봐주셨나 봐요. 그 뒤로 계속 저를 찾으셨고 고객이 되었죠.”

중견 기업 오너로 성공했지만 가족 없이 지내던 노신사는 구 과장을 아들처럼 여겼다. 그러던 2006년 노신사가 당뇨 합병증으로 쓰러졌다. 통원치료를 받아야 했던 고객을 위해 구 과장이 한 달간 병 수발을 들었다. 그 노신사는 오래지 않아 눈을 감았지만 구 과장에게 새로운 고객들과의 인연을 맺어줬다.

강남전시장으로 자리를 옮긴 2003년 그에게 유별난 고객이 나타났다. 그 고객은 4개월 동안 구 과장을 찾아 계속 상담전화만 걸어왔다. “경쟁 브랜드와의 차이, 가격 비교 늘 비슷한 질문이었어요. 두 달, 석 달 기간이 계속 늘어지면서 구입 생각이 없으신가 싶기도 했죠.”

그러던 고객이 결국 구 과장에게서 차를 샀다. “여기저기 문의를 해봤지만 꾸준하게 상담에 응해주는 사원이 없었다면서 저를 찾아오셨죠.” 첫 인연이 쉽지 않았던 고객은 각종 동호회 활동을 활발히 하는 ‘마당발’ 사업가였다. 지금까지 그 고객의 소개로 판매한 차량만 100대가 넘는다.

고객과의 인연을 소중히 한 덕분에 그는 매년 평균 80여 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2004년부터 5년 연속 ‘BMW 톱10 세일즈맨’ 자리를 지키고 있다. 판매왕 타이틀도 지난해를 포함해 세 번이나 차지했다.

그런 그도 “‘아차’ 싶을 때가 많다”고 했다.

“한 번은 제가 전화를 퉁명스럽게 받았나 봐요. 판매왕이라 해서 뭔가 다를 줄 알고 일부러 찾았는데 실망했다고 하셨죠. 서비스 요청을 미룬 적도 있는데 그 고객이 자녀의 차를 구입하실 때는 제가 아닌 다른 영업사원을 찾으셨어요.”

그는 고객의 쓴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가짐을 새로 다잡는다고 한다.

구 과장은 지갑 속에서 단란한 가족사진을 꺼내 보이며 “무엇보다 아내와 딸의 후원과 이해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 동아닷컴 주요기사

- 60대 교수와 20대 여학생의 ‘풋풋한 사랑’

- WBC 조 1위 한국, 주머니도 ‘두둑’…선수들 얼마나 받을까?

- 제한상영 논란 ‘숏버스’…“가위질당하기보다 모자이크 택했다”

- 타블로 “글 잘쓰는 비결? 솔직하게 수다 떨기!”

- 죽어가는 산호…‘지구온난화’ 충격 생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