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동편 활주로 계산조차 안 했다

  • 입력 2009년 3월 3일 17시 32분


제2롯데월드 충돌확률 ‘1000조분의 1’은 허구…FAA 문건도 ‘항공안전에 위험’

2월3일 국회에서 열린 제2롯데월드 신축 관련 공청회에서 찬성 측 발표자로 나온 롯데물산 기준 사장은 “공인 충돌위험모델(CRM·Collision Risk Model)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에서도 초고층에 충돌할 확률이 1000조분의 1로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김광호 군사시설기획관도 이 확률을 거론하면서 “제2롯데월드가 건설되면 서울공항을 출입하는 항공기와 충돌할 수 있다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비과학적”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이들은 1000조분의 1이라는 수치가 누구에 의해, 그리고 어떤 계산법으로 나온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1000조분의 1이라는 충돌확률을 계산한 곳은 ‘문(文)엔지니어링’의 김영일 상무팀이다. “롯데 측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CRM을 이용해 제2롯데월드와 항공기가 충돌할 확률을 계산해줬다”는 김 상무는 문건 작성경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CRM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만들어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한 충돌위험모델 프로그램이다. 영문으로 돼 있어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렵다. 문건은 CRM 조사를 의뢰해온 롯데 측에 그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만든 우리말 브리핑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찬성 측 토론자들은 이것이 미국 연방항공청(FAA)에서 분석해 마치 공인받은 결과처럼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또 있다. 김 상무팀의 분석이 서울공항에 착륙하려는 항공기가 ILS(Instrument Landing System·계기착륙시스템) 유도를 받는 경우로만 한정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주로 대형군용기에 주로 설치돼 있는 ILS는 대부분의 전투기에는 설치돼 있지 않다.

충돌위험 시뮬레이션 분석이 위험성이 높은 동편 활주로가 아니라 서편 활주로(주활주로)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것도 문제다. 국방부와 공군이 활주로 제2롯데월드와 연장선 사이의 거리를 떨어뜨리기 위해 각도를 3도 트는 방향을 검토 중인 곳이 바로 동편 활주로다.

제2롯데월드 건설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안전하다는 2003년 FAA에서 한국 항공안전본부로 보낸 메모랜덤을 제시한다. 하지만 FAA의 메모랜덤 어디에도 제2롯데월드가 들어서도 서울공항에 출입하는 항공기가 안전할 것이라는 내용은 없다.

FAA와 문엔지니어링은 제2롯데월드가 건설되면 서울공항을 출입하는 항공기가 어떤 경우에도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롯데는 제2롯데월드에서 멀리 떨어진 서편 활주로에서 ILS유도를 하는 경우로만 한정해 계산한 1000조분의 1이라는 충돌확률을 퍼뜨리고 있다. 과학적이지 못한 태도다.

* 자세한 내용은 주간동아 676호(3월10일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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