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뛴다]세계 어디서든 만난다 한국의 맛!

  • 입력 2009년 3월 2일 02시 59분


“세계 속으로…” 식제품업계 발빠른 진출

해외진출 한국인은 물론 현지인 입맛도 점령

《“난 김치가 싫어. 매운 음식도 싫어. 빵이나 피자가 너무 좋아서 밥 안 먹고도 살 수 있을 거 같아. 난 한국 사람이 아닌가봐.” 이렇게 말했던 사람도 외국 생활을 몇 달 하다 보면 자신이 어쩔 수 없는 한국인임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끼니 때마다 은근히 생각나는 김치라든지, 매콤한 찌개가 그리워질 때. 또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고소한 김 한 장이 감기는 상상을 하며 군침을 삼킬 때가 바로 그런 순간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의 입맛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않는 법. 이런 상황에서 고국의 맛을 마음껏 즐길 수 없는 타국 생활이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이럴 때 엄마의 손을 대신해 외국생활을 하는 한국인들의 입맛을 책임지는 기업들이 있다. 우리 식품의 상품화를 통해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식품 기업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땐

‘해외로 뛴다’ 기사목록

▶ 세계 어디서든 만난다 한국의 맛!

▶ “안전해야 通한다” 최상의 재료 찾아 세계로

▶ “우리는 글로벌 식품기업”

▶ “세계인이 내 고객” 백화점·마트도 해외로

▶ 화장품 업계, 한류스타 앞세워 대박 행진

▶ 제약업, 방법은 달라도 목표는 ‘세계시장 공략’

▶ “해가 지지 않는 대웅제약”

▶ LG, 불황은 우리의 기회다

▶ 브랜드 마케팅 전략… ‘세계속의 LG’ 자리매김

▶ SK에너지 “수출국 다변화 글로벌기업 우뚝”

▶ ‘글로벌리티’ 우리가 글로벌시대 주역

▶ “우리는 글로벌 기업”글로벌 스탠더드 새로 쓴다

▶ 지구촌 입맛을 잡아라… 세계인 지갑을 열어라

▶ ‘최고의 제품’으로 해외 고객의 마음 사로잡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 김정현 씨는 한식이 그리워질 때면 자신이 사는 아파트 인근의 월마트로 향한다. 이곳에 가면 농심 ‘신라면’, ‘육개장’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

조금 더 걸어 시내에 있는 한인슈퍼에 가면 김치, 고추장, 김을 비롯해 햇반, 쌈장, 고추참치, 죽 등 ‘한국의 맛’을 손쉽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식품을 살 수 있다.

김 씨는 “작년부터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밥 생각이 나도 비싼 한식당을 찾기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최근 들어서는 마트나 한인슈퍼에서 간단한 식제품을 사먹는 일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들 식제품을 즐겨 이용하는 이들은 비단 김 씨 같은 유학생뿐만이 아니다. 언젠가부터 해외 출장을 떠나는 직장인이나 배낭여행을 떠나는 대학생들의 짐 가방에는 고추장 튜브나 컵라면 한두 개쯤을 넣는 게 ‘센스’ 혹은 ‘상식’처럼 통하게 됐다.

요즘은 세계 어디를 가든 국내 식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해외 대형 유통매장의 판매대에는 오로지 외국 브랜드의 제품만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국내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국내 기업들의 사업력도 강화되면서 국산 식제품의 판매영역 또한 확장되는 추세다.

○ 해외에서 만나는 우리 식품들

농심은 미국 ‘월마트’ ‘코스트코’, 프랑스 ‘까르푸’, 일본 ‘세븐일레븐’ ‘이토요카도’ ‘자스코’ 등 각국의 주요 유통채널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농심의 신라면은 이미 세계 70여 개국에 진출해있다.

CJ제일제당의 ‘다시다’는 중국에 진출해 현지에 ‘조미료 붐’을 일으켰는가 하면, 고추장, 쌈장, 초고추장 등을 세계 60여 개국에 활발히 수출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전통 ‘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러시아와 몽골에서는 각각 빵에 쌈장을 발라먹거나 만두를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이색 풍속까지 생겨났을 정도”라고 전했다.

‘종가집 김치’로 유명한 대상FNF는 미주, 아시아, 호주, 유럽 등 20여 개국에 판매망을 구축하고 연간 2000만 달러(약 302억 원) 이상의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양반김’ ‘양반죽’ 등을 만드는 동원 F&B 역시 일본, 캐나다, 러시아, 미국, 중국, 태국 등 여러 나라로 국산 식제품을 적극 수출하고 있다. 1999년 일본 훼미리마트, 세븐일레븐 등에 양반김을 납품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일본 최대의 슈퍼 체인인 이토요카도에도 관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동원 F&B 해외사업부의 박세원 상무는 “죽 제품은 현지 교포들 사이에서 큰 인기”라며 “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간편한 영양식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 세계에서 통하는 ‘한국의 맛’

식품기업들은 해외 거주 한국인들의 입맛 잡기를 뛰어 넘어 현지에 사는 외국인들의 미각을 매료시키는 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 고유의 맛을 지키면서도 세계인 입에도 맞는 ‘현지화된 맛 찾기’에 나서고 있는 것.

농심은 미주지역에 거주하는 히스패닉계 소비자들이 닭을 기본으로 한 음식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육개장 사발면’에서 파생된 ‘닭개장 사발면’을 개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CJ제일제당도 중국인들이 닭고기 육수를 즐기는 것에 주목해 ‘쇠고기 다시다’ 외에 ‘닭고기 다시다’를 개발해 공급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쓰고 있다. ‘햇반’ 역시 통통한 쌀을 좋아하는 우리와 달리 미국인들은 길쭉한 쌀(롱그레인)을 즐겨 먹는다는 점에 착안해 ‘롱그레인 햇반’을 만들었다.

CJ제일제당 측은 “러시아에서 쌈장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빵에 발라먹는 전용 쌈장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동원F&B는 ‘양반죽’의 현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흰죽이 대부분인 일본에서는 전복죽과 같은 가미(加味) 죽의 인기가 좋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에서는 현지에서는 흔치 않은 단맛의 단팥죽 인기가 좋은 편이다. 동원F&B는 앞으로 야채죽, 참치죽 등 다양한 맛의 죽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동원F&B는 이미 2004년 일본 아사히 맥주와 공동으로 ‘김치맛 김’ ‘와사비맛 김’ 등 안주 전용 김을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안영후 대상 청정원 마케팅실 장류담당부장은 “고추장, 된장, 김치 등 국내 식품이 건강과 다이어트에 효과가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우리 전통 식품의 해외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김치샐러드, 비빔밥 등 서양인의 입맛에 맞는 요리도 함께 선보여 해외 시장 개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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