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현대차는 ‘工會’가 앞장서 탄력근무

  • 입력 2009년 2월 19일 02시 58분


특근도 자청… 지난달 사상최대 실적 견인

한국 공장 노조는 재고 쌓여도 “근무시간 더 늘려라” 주장하는데…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에서 자동차로 40여 분 걸리는 순이(順義) 구의 베이징현대자동차 제2공장.

각 생산라인마다 걸린 액정표시장치(LCD) 현황판에는 ‘가동률 100%, 100초당 1대…’ 등 작업 상황을 나타내는 글자가 떠 있었다. 평균 연령 25세인 공장 근로자들과 최첨단 산업용 로봇이 어우러져 라인마다 쉴 새 없이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세계 자동차 업계가 극심한 판매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도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2002년 중국 진출 이후 월간 최대 판매 실적을 올렸다. 최근 이 같은 발표에 자동차업계에선 지난달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특수와 중국 정부의 소형차 구입 시 세금 감면 혜택 등에 따른 ‘반짝’ 실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동아일보의 중국 현지 취재 결과 현대차의 지난달 높은 실적에는 중국식 노동조합인 ‘공회(工會)’가 큰 역할을 했으며, 이달 실적도 1월보다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베이징현대차 공장에서 만난 현지 관계자는 “지난달 당초 예상과 달리 수요가 갑자기 늘자 공회가 앞장서 평일 근로시간을 늘리고 주말 특근까지 독려하고 있다”며 “한국에선 노조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여기선 공회가 회사와 힘을 합쳐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이후 이곳은 평일 근로 시간을 8시간 2교대에서 10시간 2교대로 변경했다.

이 공장은 수요가 줄면 ‘공회’가 나서서 자발적으로 근로 시간을 줄여 생산량을 조절한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자동차의 해외 재고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100만 대를 넘었지만 중국에서는 재고가 1주일 치를 넘지 않는다고 공장 관계자는 전했다.

국내 현대·기아차 공장 6곳 중 기아차 소하리공장에만 지난해 가까스로 도입된 혼류 생산도 이곳에서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베이징현대차 공장에서는 5개 차종을 한 개 라인에서 생산하는 혼류 생산을 하고 있다. 정치적인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강경 일변도 투쟁만 일삼는 국내 공장 노조와 달리 ‘공회’가 유연한 생산에 앞장서고 있다는 게 공장 측 설명이다.

베이징현대차 공장의 한 중국인 근로자는 “공회가 한국의 노조와 성격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팔리지도 않는데 물건을 만들자고 근로시간을 늘려달라며 파업을 하겠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에서 작년 1월에 비해 35%나 증가한 4만2000여 대를 판매했다. 현재 거의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판매 목표를 줄여 잡고 있지만 현대차는 올해 중국 판매 목표를 지난해(29만4500대)보다 20%가량이나 늘린 36만 대로 잡았다. 418개인 딜러망도 올해 말까지 470개로 늘릴 계획이다.

베이징현대차 최대 판매점인 신파(信發) 특약점의 가오웨이 매니저는 “2월 들어 판매가 크게 줄 것으로 예상했는데 중순까지만 보면 1월보다 크게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현대차 한 간부는 “노조가 앞장서 파업을 주도하는 한국 공장과 달리 이곳의 공회는 근로자와 회사 간 충돌의 완충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근로자 교육까지 하고 있다”며 “경쟁사들과 달리 지난달 갑작스러운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데도 공회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 동아닷컴 주요기사

- ‘사랑합시다’의 힘!…이틀새 23만명 엄숙한 조문 행렬

- “내가 정말 추기경님의 ‘눈’을 받았습니까”

- 고등어 ‘대풍’이라던데 왜 비쌀까…‘金고등어’의 비밀

- 이재용 부부 즉시조정 통해 이혼…자녀 친권은 李전무에

- 딸랑~ 딸랑~ 일상에 지친 영혼 깨우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