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은행, 발로 뛰는 영업맨 전진배치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 시중은행 임원인사-조직개편 뜯어보니

파생상품 취급 국제통 대부분 낙마-조직 축소

부행장들 대거 물갈이-임원수 줄여 세대교체

10일 신한은행을 끝으로 국민 기업 우리 하나 등 주요 은행들의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이 마무리됐다.

이번 은행 임원 인사는 역대 어느 때보다 부행장들이 대거 물갈이돼 세대교체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 은행들이 경기침체에 대비해 ‘줄여야 산다’는 슬로건 아래 대대적으로 조직 슬림화에 나서면서 임원 자리가 많이 줄어들었다.

금융위기 속에서 이뤄진 시중은행 임원 인사의 승자와 패자는 누구인가.

○ 영업맨 뜨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일선 영업본부장들의 약진이다.

우리은행은 새로 선임된 집행부행장 7명 중 4명이 영업본부장 출신이다. 김하중 정징한 김정한 최칠암 부행장은 각각 강남 강동 서초 대구경북에서 영업본부장으로 일하면서 영업력을 인정받아 이번에 집행부행장으로 선임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의 어려움을 기회로 바꾸기 위해 영업력과 위기관리능력을 겸비한 영업본부장과 지점장을 부행장과 단장, 영업본부장에 발탁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새로 임명된 부행장 5명 중 3명이, 신한은행은 부행장보 직위를 없애는 대신 신설한 전무직 4명 중 2명이 일선 영업본부장 출신이다.

기업은행은 신임 부행장 4명 모두 지점과 지역본부 등 영업현장에서 뛰던 영업본부장들이다. 이번 하나은행 인사에서 유일하게 부행장으로 승진한 사람도 충청사업본부를 이끌던 박종덕 충청하나은행 대표였다.

대체로 영업맨은 경기가 좋을 때 승승장구하고 경기침체기에는 상대적으로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이번에 일제히 영업맨들을 전진 배치한 것은 영업력을 앞세워 금융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 국제통 지다

반면 투자은행(IB) 키코(KIKO) 등 파생상품 관련 사업을 맡아 지난 몇 년간 고속 승진했던 국제통들은 이번에 상당수가 낙마했다. 특히 태산LCD의 키코 손실로 곤욕을 치렀던 하나은행은 김승유 회장과 오랫동안 동고동락했던 윤교중 부회장을 비롯해 4명의 부행장 이상 임원급에게 책임을 물어 물러나도록 했다.

글로벌 IB들의 몰락으로 은행의 IB 조직도 축소됐다.

우리은행은 IB 본부장을 부행장급에서 단장급으로 낮췄고 기업은행은 IB글로벌사업본부를 IB본부로 축소시켰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은행들이 해외사업을 확장하면서 해외 IB 및 외국계 은행 출신 외부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지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국제통보다는 국내에서 발로 뛰어다니며 탄탄한 네트워크를 쌓은 구성원들이 인정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물갈이 확산

은행들마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전 행장 때 발탁됐던 임원들을 상당수 물갈이했다.

우리은행은 이종휘 행장이 취임 후 단행한 첫 인사인 만큼 기존 11명의 부행장 중 8명이 퇴임했다. 국민은행도 강정원 행장 초기에 외부에서 영입한 부행장들이 일부 나가고 그 자리를 내부 인사로 채웠다.

신한은행도 이백순 지주사 사장이 행장으로 선임되는 등 신한은행에서 한 우물을 파 조직충성도가 높은 ‘신한맨’들이 주로 중용됐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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