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 갈 데까지 간 모럴해저드

  • 입력 2009년 2월 13일 03시 03분


감사원 6개 지방공사 감사

경기도시공사 직원 A 씨와 B 씨는 지난해 3월 폐수종말처리시설과 관련된 외국산 기자재를 현장에서 확인하기 위해 민간 시공업체 직원들과 함께 유럽 출장을 떠났다. 출장비용은 시공업체가 냈다.

이들은 일정을 멋대로 조정해 스위스 융프라우에 올랐다가 A 씨가 고산병과 몸살에 걸렸다. 결국 출장을 중단하고 먼저 귀국한 A 씨는 회사에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이틀 동안 무단결근했다.

남은 B 씨는 함께 간 시공업체 직원에게 돈을 빌려 스위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 밴쿠버로 가서 사흘 동안 관광을 즐긴 후 귀국했다. 여행에 지친 B 씨는 돌아오자마자 연차휴가를 냈다. 이들은 원래 출장 목적을 다 마치지도 않고 돌아와서는 모두 마친 것으로 허위 보고까지 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9, 10월 실시해 12일 발표한 6개 지방공사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해외출장과 각종 수당, 근무 태도와 관련해 공기업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SH공사 직원 C 씨는 2007년 연차휴가 등을 모아서 한 번에 23일 동안 호주에 머물렀다. 이 중 하루는 국제전화로 부하 직원에게 부탁해 국내에서 정상 근무한 것으로 처리했다. 그는 휴가도 내지 않고 주중에 5일 동안 호주 여행을 한 번 더 다녀왔다.

C 씨는 5일 동안 허위로 병가를 내기도 하고 외근을 나간 것으로 꾸미기도 했으며 무단결근도 했다.

인천광역도시개발공사의 한 직원도 거래하는 민간업체 부담으로 홍콩과 필리핀 여행을 다녀왔다.

또 SH공사는 2003년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개발수당과 생활안전수당을 없애면서 실제로는 이들 수당을 기본급에 편입해 61억여 원을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이 공사는 월차휴가 폐지로 없어진 월차휴가보상금만큼 보전수당을 만들어 21억2900여만 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인천광역도시개발공사는 2006년에 직원을 뽑으면서 전국의 대학을 4개 등급으로 분류해 지원자의 출신학교 등급에 따라 서류전형 점수를 다르게 준 사실도 드러났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