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이어 日마저… 한국 ‘환율전쟁’ 유탄 맞을라

  • 입력 2009년 2월 8일 20시 59분


기획재정부의 한 관료는 최근 사석에서 "올해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환율 평가절하에 나서면서 환율분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글로벌 경제침체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곳곳에서 환율분쟁 조짐이 일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금융쇄국주의의 다음 단계로 환율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자국 화폐 가치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화폐가치가 낮으면 수출에 유리하고 수입품의 가격이 높아져 국내시장을 보호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가 환율에 개입하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국인들이 자본시장에서 돈을 빼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올랐기 때문에 자동차, 반도체 수출에서 어느 정도 '환율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수출 경쟁국으로 자국 화폐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수출에 타격을 입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본은 최근 엔화가 달러 당 90엔 밑으로 떨어지면서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자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환율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도쿄미쓰비시은행과 코메르츠방크 분석을 인용해 "일본은행이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의 '마지노선'을 달러당 85엔으로 보고 있으며 이것이 무너지면 개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도 현재의 위안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조작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발언하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미국 국채를 팔아 버릴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으로 미국을 긴장시켰다.

지금은 통화가치와 상관없이 글로벌 수요가 위축돼 환율전쟁이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경기가 바닥을 찍고 수요가 살아나면서 본격적인 환율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화폐가치 절하에 나설 경우 한국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일본이 엔화 가치를 낮추면 일본 전자제품의 수출 가격이 내려가 한국의 수출전선에 타격을 주고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도 줄게 된다.

미국 달러의 가치가 어떻게 되는지도 관심사다. 미국 달러 가치가 최근 일시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이 경기회복을 위해 달러를 무제한 공급하고 있는 데다 이번 경제위기로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달러 주도의 세계통화체제도 엔, 위안, 유로 등으로 다극화되며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용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한국이 외환시장을 개방하다보니 그로 인해 달러 관련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지는 부작용이 생겼다"며 "무역에서 원화 결제비율을 높여 달러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또 "원화 국제화와 함께 비슷한 고민에 빠진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아시아 통화를 만들어 환율 변동과 관련된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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