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빠른 냉각에 “부동산침체 더는 방치못해”

  • 입력 2009년 1월 28일 02시 59분


■ 당정 ‘건설경기 활성화’ 적극 추진 배경

경기부양 상징성 - 일자리 창출 효과 커

“투기우려”신중론서 “내수 활성화” 선회

업계 “규제 풀것과 안풀것 빨리 결정을”

《시공능력평가 5위권 이내인 대형 건설업체 A사는 지난해 충남 천안시에서 아파트 1400여 채를 분양했지만 최근 터파기 공사를 중단하고 사업을 아예 포기했다. 계약률이 고작 5%에 그치자 초기 계약자들에게 계약금의 2배 정도를 위약금으로 물어주는 출혈을 감수하고 사업을 접은 것. A사 관계자는 “공급 물량의 95%를 미분양으로 안고 사업을 진행하는 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여당이 부동산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나선 것은 실물경제 위축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기 부양 및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건설경기의 침체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 3대규제 해제, 효과-상징성 크다

당정이 추진 중인 서울 강남 3구의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와 지방 미분양 아파트 취득에 대한 양도소득세 한시적 면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그동안 건설업계가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으로 꼽아온 핵심 요구다.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2007년부터 규제를 푼 결과 현재 서울의 서초 강남 송파구 등 강남 3구를 제외하고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곳이 없다.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6억 원 초과 주택을 살 때 대출을 받기 쉬워진다. 담보인정비율(LTV·주택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 가능액 비율)이 40%에서 60%로 높아지고 총부채상환비율(DTI·총소득에 대한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 비율) 40% 규제를 받지 않는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리면 분양권 전매가 허용된다. 따라서 강남 3구의 주택 수요가 살아나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은 “강남 3구는 부동산 시장의 ‘주도주’ 역할을 해 왔다”며 “강남 아파트가 거래되고 가격이 오르면 냉각된 부동산시장이 풀리고, 경기 남부 등 주변 지역에 시차를 두고 거래 활성화가 파급되는 전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양도세를 5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해 주는 방안은 주택 구매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세금감면을 지렛대로 삼아 지방의 주택수요를 늘려보자는 발상이 깔려 있다. 해당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를 팔 때 양도세를 안 내는 것은 물론 기존에 집을 한 채 가진 사람이 지방 미분양 주택을 사더라도 1주택자로 간주된다. 3년 보유 비과세 요건을 채우면 양도세를 안 내고, 비과세 요건을 못 채워도 6∼35%의 정상 세율만 적용받는다.

2007년 9월부터 시행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건설업계가 도입 초기부터 일관되게 반대한 제도. 당시 ‘고(高)분양가’를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지목한 정부는 분양가를 낮춘다는 명분으로 이 제도를 시행했지만 건설업계는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대표적인 반(反)시장적 조치”라며 폐지를 요구해 왔다.

○ 좋은 처방도 제때 써야 효력

건설업계가 조속한 해제를 촉구하는 규제는 대부분 10여 년 전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일시적으로 풀었던 것들이다. 현 정부도 지난해 말 경기진작을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청와대에서 ‘재검토’를 지시해 원점으로 돌아갔다. “섣불리 풀었다가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신중론의 영향이 컸지만 ‘강부자 내각’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정부 일각의 눈치 보기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시간을 끄는 사이 건설업계는 미분양 급증에 금융권의 자금지원 중단 등이 겹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의 한 임원은 “정부가 규제를 해제할 것처럼 카드를 꺼냈다가 유보하는 행태를 되풀이하면서 시장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건설경제연구실장은 “3대 규제 중 풀 것과 풀지 않을 것을 가능한 한 빨리 발표해 가닥을 잡아줘야 건설사들이 자구 노력을 제대로 하고 관망하던 수요자들도 움직여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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