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점심 무렵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음식점. 한 상인이 일어나 ‘서민 경제’를 선창하자 참석자들이 입을 모아 ‘파이팅’을 외쳤다. 이날 이종휘 행장, 이순우 수석부행장, 김하중 부행장 등 우리은행 간부들은 남대문시장 상인 14명 등 고객 17명과 함께 식사하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시중은행장들이 몸을 낮추고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비 올 때 우산을 뺏고 제 살길만 챙긴다’는 세간의 인식을 바꾸고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은행 영업활동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영세 상인과 기업인들은 은행 경영진의 ‘현장 행보’를 반겼다. 우리은행의 한 고객은 이날 “저금리 환승론을 받아 이자 부담을 절반 정도 줄일 수 있었다”며 이 행장에게 감사편지가 동봉된 작은 선물을 건네기도 했다.
은행의 높은 문턱을 꼬집는 쓴소리도 터져 나왔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은행 돈 빌리기가 너무 어렵다” “어려울 때일수록 대출 금리와 수수료를 낮추고 대출 만기 연장을 해달라”는 요구를 쏟아냈다.
이 행장은 “이제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아마 알 것”이라며 박범주 남대문시장지점장에게 즉석에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강정원 KB국민은행장도 이날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거래회사들를 찾았다. 강 행장은 중소기업들의 경영현안을 듣고 “지원책을 강화해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을 돕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국민은행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중소기업 지원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은행은 올해 초에 1조5000억 원의 경영안정자금과 설 자금 1조 원 등 모두 3조 원의 중소기업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