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퀸은 ‘희망’ 방긋… 탱크는 ‘투지’ 불끈

  • 입력 2009년 1월 8일 02시 58분


성공-인기-건강미의 상징… 스포츠 스타는 CF를 타고…

‘마린보이’ 박태환은 이어폰을 낀 채 노래를 흥얼거리고, ‘피겨 여왕’ 김연아는 교복 차림으로 무술을 하고, 격투기 스타 추성훈은 우스꽝스럽게 우유를 마시고….

개성을 뽐내는 스포츠 스타들이 광고업계의 귀하신 몸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태환(수영), 김연아(피겨스케이팅), 추성훈(종합격투기)은 스포츠계의 ‘CF 빅3’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장미란(역도), 이용대(배드민턴), 최민호(유도) 등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가세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축구)과 요미우리 이승엽(야구) 등 현역 최고 스포츠 스타는 물론 이만기(씨름), 홍수환(복싱) 등 왕년의 스타들의 CF 몸값도 오르고 있다.

한 광고 관계자는 “과거 스포츠 스타 광고의 콘티는 이를 악물고 훈련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 스타가 CF에서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상품 홍보의 새로운 전략이 됐다는 얘기다.



○ 식품음료, 금융권이 주 활동 무대

스포츠 스타들과 궁합이 잘 맞는 분야는 식품음료업계. 지난해 스포츠 스타들은 CF 속에서 ‘먹고 마시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매일우유의 김연아, 롯데칠성음료 블루마린의 박태환, 농심 신라면의 최민호, 하이트맥주의 추성훈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한 광고 관계자는 “건강미 넘치는 스포츠 선수들은 식품업계 섭외 1순위”라며 “가장 맛있게 먹는 선수가 누구일까를 두고 고민하는 업체가 많다”고 전했다.

의류와 신발업계 역시 스포츠 선수들을 선호한다.

김연아는 교복업체 CF에서 ‘롱 다리’를 뽐냈고 추성훈, 이용대는 의류업체 화보 모델로 나섰다.

금융업계도 드라마틱한 승부를 연출하는 스포츠 스타를 선호한다. KB국민은행은 이승엽에 이어 김연아와 박태환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재미를 봤다. “소년 소녀의 꿈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라는 광고 카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골프 스타를 기용하는 경향이 높다. 최경주의 신한은행 CF를 제작한 이정훈 이노션 광고기획팀 차장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최경주를 내세워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 강한 장미란, 웃기는 추성훈

스포츠 선수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CF도 눈길을 끌었다.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은 에쓰오일 CF에서 개그맨 유재석을 놀라게 만들었다. 역기를 번쩍 들며 “제가 좋은 기름 단골이에요”라고 말해 강한 이미지를 심었다.

지현탁 제일기획 광고팀장은 “에너지와 힘으로 대표되는 휘발유 특성을 고려할 때 장미란은 최적의 모델”이라며 “안티 팬이 없고 모든 계층이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로서의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기존 이미지를 뒤엎는 역발상 CF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추성훈은 바나나우유 CF에서 우유를 마시며 뒹구는 귀여운 남자로 변신했다. 강한 남자의 카리스마를 뽐내던 다른 CF와 정반대의 이미지다.

최상학 크리에이티브에어 기획팀 차장은 “의도적으로 추성훈의 ‘마초 이미지’를 깨는 충돌 효과를 노렸다. 그로 인해 광고 주목도가 높아졌고 제품에 대한 신선한 이미지도 부각됐다”고 말했다.

올해에도 스포츠 스타들의 CF 진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광고 관계자는 “불황일수록 사람들은 대리 만족을 원하고 역경을 이겨낸 스포츠 스타들은 그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며 “올해도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CF계의 구애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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