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세 출발… 1300원선 공방 벌일듯

  • 입력 2009년 1월 3일 02시 57분


작년말 당국개입 반작용… 달러 일제히 매수세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61.5원이나 급등(원화가치는 급락)한 것은 지난해 이뤄진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에 대한 예견된 반작용이라 할 수 있다.

증시에서 코스피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649억 원을 순매수한 데 힘입어 전 거래일보다 32.93포인트 올랐다. 예전 같으면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릴 만한 외국인 매수세였지만 이날은 환율 상승 압력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원화 가치와 주가가 ‘탈동조화(디커플링)’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팔아 달러를 해외로 송금하면 주가가 내리면서 원화가치는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하고, 외국인이 주식을 사면 주가와 원화가치가 함께 오른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가와 원화가치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가장 큰 이유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다. 당국은 기업들의 회계처리 기준이 되는 연말 환율 종가를 낮추기 위해 지난해 말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종가가 과도하게 높은 수준에서 장을 마칠 경우 기업과 금융회사들의 환차손이 커져 연간 실적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24일부터 30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78.50원이나 떨어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지난해 당국의 기세에 움츠러들었던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이날 달러 매수에 나설 것으로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외환시장이 폐장한 뒤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이 1350원대로 치솟은 것도 상승압력으로 작용했다.

김두현 외환은행 차장은 “오히려 2일의 환율 상승폭은 시장의 예상보다 작은 편이었다”면서 “기업들이 업무를 재개하는 5일 시장 분위기를 봐야 하겠지만 당분간 1300원 선에서 공방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말에 나온 ‘키코(KIKO) 계약 일부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도 외환시장의 돌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권우현 우리은행 과장은 “이번 결정이 다른 은행에도 적용된다면 기업 대신 달러를 지급해야 하는 은행들의 달러 매수 요인이 커져 환율 상승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1분기(1∼3월)에는 당분간 오름세를 유지하다가 2분기 이후 장기적으로는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차장은 “무역 수지가 3개월 연속 흑자를 나타냈고 올해 경상수지와 무역수지도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