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줄고 소득 깎이고… ‘최악 보릿고개’ 예고

  • 입력 2008년 12월 13일 02시 58분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밑을 맴도는 ‘저(低)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은행은 12일 내년 경제성장률을 2%로 예상했지만 현재 급속히 떨어지는 세계 경제의 침체 속도로 볼 때 1%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마이너스 성장’ 전망도 여기저기서 제기되는 것이 현실이다.》

●5년 만에 전 분기 대비 역성장

금융위기 한파 실물부문서도 맹위

올 3.7% 성장… 작년보다 1.3%P↓

세계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의 여파는 올해 4분기(10∼12월)부터 국내 실물경제에 ‘맹위’를 떨치고 있다. 4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보다 1.6% 하락해 5년 9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3.7%로 2007년(5.0%)보다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소비, 투자, 수출 등 각종 지표도 4분기에 줄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4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1.3% 하락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9.8%, 상품수출(물량 기준) 증가율은 ―15.5% 등으로 추산됐다.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닷컴 버블’이 꺼지던 2000년 4분기(―0.9%)와 신용카드 사태가 발생했던 2003년의 1분기(―0.4%)에 각각 한 차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4분기(―0.4%), 1998년 1분기(―7.8%), 2분기(―0.8%) 이후 한 번도 없었다.

● ‘2% 성장’ 지킬 수 있나

내년 민간소비-설비투자 더 위축

성장률 1%대 이하로 떨어질수도

소비와 투자도 적신호가 켜졌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4.5%에서 올해 1.5%로 떨어지고 내년에는 0.8%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올해 ―0.2%로 예상돼 7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내년에는 설비투자가 올해보다 3.8% 하락할 것으로 한은 측은 전망했다.

한은은 내년 상·하반기에 각각 전기보다 0.9%, 1.3% 성장하는 ‘상저후고(上低後高)’를 보이다가 2010년 4.0%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 2%라는 숫자도 충격적이지만 사실은 이마저 미덥잖다. 세계경제가 빠르게 가라앉는다면 내년 1분기나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되풀이하며 연간 성장률이 1%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이번 전망에서는 세계경제가 내년에 1.9% 성장할 것으로 봤는데 만약 1%가 안 되거나 ‘제로’로 떨어지면 (한국 경제는) 수출 등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며 “국제금융시장도 불안해져 성장률이 더 낮아지고 마이너스로 가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6년 만에 최악의 ‘고용 한파’

고용회복 경기보다 1, 2분기 늦어

2010년 하반기나 돼야 나아질듯

내년 상반기에 일자리가 4만 명 감소하는 혹독한 ‘일자리 보릿고개’가 닥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경제성장률이 한은 전망치(4%)로 회복된다 하더라도 고용시장에 온기가 전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용시장이 경기보다 1∼2분기 후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일자리 한파’는 2010년 하반기에나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인구가 연평균 40만 명 증가하고 고용률이 60% 정도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신규 일자리가 25만∼30만 개 늘어야 성장 잠재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청년층 실업자와 구조조정을 당한 중년층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금상승률이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실질임금 마이너스’ 시대에 접어들 수도 있다. 김 국장은 “고용 사정이 내년에 더 부진하고 임금상승률도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물가는 쉽게 낮아지지 않아 실질임금 증가율이 소폭의 마이너스를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출 8년만에 마이너스 성장

내수침체에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내년 경상흑자 규모 220억달러 될듯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 중 하나는 수출이다.

내년 수출은 올해보다 6.1% 감소해 2001년(―12.7%)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4분기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줄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 증가율은 2010년에야 11.3%로 두 자릿수대의 상승률에 복귀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 또한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되고 세계경제가 내년 하반기 이후 회복 조짐을 보여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 위축과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입 증가율도 올해 22.9%에서 내년에 ―12.9%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달러 가뭄’의 발단이 된 경상수지 적자는 올해 45억 달러로 줄고 내년에는 220억 달러의 흑자를 낼 것으로 한은 측은 예상했다.

경제는 확대 균형이 되어야 하는데 내년 경상수지 전환의 내용을 살펴보면 ‘축소균형 추세’가 나타나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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