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파버 “자산 10%는 주식, 10%는 金에 넣어라”

  • 입력 2008년 12월 3일 02시 58분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투자전문가 마크 파버 씨는 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앞으로 몇 년간 세계경제는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은행에서 달러를 마구 발행하면 인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디플레이션이 빠른 속도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 제공 하나금융지주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투자전문가 마크 파버 씨는 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앞으로 몇 년간 세계경제는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은행에서 달러를 마구 발행하면 인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디플레이션이 빠른 속도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 제공 하나금융지주
■ 하나금융그룹 3주년 기념 콘퍼런스

《“세계적인 호황기는 끝났다. 앞으로 몇 년간 세계경제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통화 확장 정책으로 달러화 약세 현상이 전망되는 만큼 달러화보다는 원화를 매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닥터 둠(Doom·우울한 미래)’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투자전문가 마크 파버 씨는 2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하나금융그룹 출범 3주년 기념 콘퍼런스에서 또 하나의 우울한 시나리오를 내놨다. 》

세계적인 호황기는 끝나… 앞으로 몇년 어려울 것

달러화 약세 현상… 차라리 원화매입이 현명

그의 전망은 ‘2010년경이면 세계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제도권 기관의 예측과는 크게 달라서 눈길을 끈다.

파버 씨는 1987년 미국의 ‘블랙 먼데이’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예언해 ‘닥터 둠’이란 별명을 얻었다. 현재 자신의 이름을 딴 ‘마크 파버 리미티드’ 투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미국은 자산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당분간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기의 원인이 통화 확장 정책인데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또다시 돈을 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통화 확장이 자산가격 하락이라는 근본 원인을 제거해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유망 투자상품과 관련해 그는 “선진국 정부의 강력한 재정과 통화 확장 정책에 민간부문이 반응하기 시작하면 유동성 때문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 있다”며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의 단기상승세)를 예견했다. 그는 “그때 주식을 많이 갖고 있다면 팔아서 현금을 확보하고,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전체 자산의 10%는 주식, 10%는 금을 비롯한 원자재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인도, 한국 등 신흥국 증시의 경우 현재 과매도 상태이므로 단기간에 30% 이상 반등할 수 있지만 세계경제가 몇 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반등세는 오래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경제와 관련해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세계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적 한계가 있는 만큼 ‘부정적(negative)’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한국의 경우 호황기엔 더 큰 호황을 누리는 반면 세계경제가 부진할 경우 더 큰 타격을 받는다”는 것.

아직 터지지 않은 버블로는 미국의 국채를 들었다. “현재 미국 국채는 3%대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3%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거의 ‘제로’다. 따라서 앞으로 국채 가격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파버 씨의 강연 내용에 대해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현재의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원인으로 앨런 그린스펀 의장 시절 때의 저금리 과잉 유동성을 지목한 것에는 동의한다”며 “그러나 미국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은 일어날 수 있지만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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