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에 ‘역발상 上場’ 효과 만점

  • 입력 2008년 11월 24일 03시 01분


상장을 감행하는 3가지 이유

- 기업가치 인정받는 기회

- 재무안정성-신뢰도 향상

- 해외홍보-우수인력 견인

지난달 23일 상장을 하루 앞둔 신용인증서비스업체 ‘이크레더블’ 직원들은 주가를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속화되며 상장 전날 코스닥지수가 300 선마저 위태로울 정도로 폭락한 것. 회사 내에서 상장 효과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지만 박찬성 사장은 “상장을 통해 회사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상장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10월 24일 코스닥지수는 300 선이 무너지며 10.45% 폭락했고, 이 회사는 상장 첫날을 하한가를 맞으며 출발했다. 하지만 상장한 지 한 달이 흐른 현재 이 회사는 증권사의 추천 종목에 오르는 등 증시에서 상당한 주목을 끌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의 손자회사로 매출이 안정적이고 기술력이 탄탄한 기업이라는 점이 알려지게 된 결과였다. 상장을 통한 효과다.

최근 증시 폭락의 영향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기업들이 크게 줄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청개구리’ 발상으로 상장을 추진해 ‘기업의 재무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등 상장효과를 누리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증시 한파로 주가가 떨어질 것이 뻔한 상황인 데도 상장을 강행하는 이유는 상장 준비가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되는 회사의 장기계획 중 하나이기 때문. 또 나쁜 증시 상황 속에서도 상장에 나서는 기업들은 대부분 당장 자금이 급해서라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목적이 크다. 상장에 성공하면 까다로운 증권선물거래소의 상장 기준을 통과한 만큼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올해 5월과 6월 각각 상장한 ‘예스24’와 출판·교육업체 ‘비유와 상징’은 고객의 ‘신뢰도’를 올리기 위해 상장한 사례다. 비유와 상징 재무운용부의 이현수 씨는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선 시점이라 상장을 취소할까도 생각했지만 상장 뒤 학생, 학부모 고객 사이에서 신뢰도,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얻어 상장을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해외 시장에서 홍보가 어려운 중소기업은 ‘상장기업’이라는 명함이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6월 상장한 항공우주사업 업체 ‘쎄트렉아이’는 상장 뒤 해외거래처 곳곳에서 ‘재무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이 회사 전봉기 경영기획팀장은 “3, 4년 걸리는 장기프로젝트도 믿고 함께하자는 거래처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상장을 하고 나면 이전보다 고급 인력이 많이 몰리는 장점도 있다.

코스닥시장의 지문 인식 관련 기술업체인 ‘슈프리마’는 7월 상장 이후 연구개발(R&D) 인력 채용 때 평소 2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석·박사 연구 인력을 채용하는 ‘쎄트렉아이’도 상장 전과 비교해 지원자가 2∼2.5배로 늘었다.

이처럼 기업 공개가 여러 가지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측면이 있지만 상장이 전부는 아니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의 박종선 팀장은 “상장 후에도 기업 이미지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것은 물론 R&D나 신상품 개발에 투자해 수익을 지속적으로 내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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