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순해야 살아남아요”

  • 입력 2008년 11월 15일 02시 58분


길만 찾는 10만원대 내비게이션… 음악만 트는 가격파괴 MP3…

“경기 침체기는 기회이자 도전의 시기”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디버전스(분화)’ 정보기술(IT)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다양한 부가기능을 갖춘 고가(高價)의 ‘컨버전스(융합)’ 제품에 비해 싸고 사용이 편리하기 때문에 불황기의 ‘효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들은 “호황기에 음악 및 비디오, 방송 등 멀티미디어 기능의 컨버전스 제품이 인기였다면 요즘은 필요한 기능만 갖춘 디버전스 제품을 찾는 이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동영상 재생, MP3플레이어 등의 부가기능을 없애 가격을 10만 원대까지 낮춘 디버전스 제품들을 앞 다퉈 선보이고 있다. 내비게이션은 보통 대당 40만∼50만 원이다.

미오코리아는 최근 내비게이션 ‘Moov301’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15만 원으로 정했다. 이 제품은 DMB 등 다른 기능은 없지만 국내 최초로 부팅시간을 10초 이내로 단축하는 등 기본기능은 오히려 강화됐다.

레인콤도 지난달 경차와 스쿠터를 겨냥해 스크린 크기를 절반으로 줄인 미니 내비게이션 ‘아이리버 엔비미니’를 내놨다. 레인콤 측은 “내비게이션에는 7인치 디스플레이를 많이 쓰는데 이 제품은 3.5인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가격이 18만8000원으로 싸다”고 설명했다.

MP3플레이어 역시 동영상과 DMB 기능 대신 음악만 재생되는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조약돌을 형상화해 만든 MP3플레이어 ‘옙 S2’를 출시하면서 다른 기능은 빼는 대신 자체 개발한 기술을 적용해 음질을 높였다.

레인콤은 지난달 내놓은 아이리버 엠플레이어의 후속작 ‘엠플레이어 아이즈’에서 액정표시장치(LCD) 창을 없앴다. 레인콤 관계자는 “복잡한 기능 대신 특유의 귀여운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었다”고 설명했다.

애플도 9월 음악 재생기능만 갖춘 ‘아이팟 셔플’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5만∼7만 원 선으로 크게 낮췄다. 이 회사의 MP3플레이어는 대부분 10만 원 이상이다.

모토로라가 불황기를 겨냥해 출시한 30만 원대의 휴대전화 ‘칵테일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칵테일폰은 영상통화 기능이 없고 휴대전화 카메라의 화소와 내부 메모리 용량도 다른 제품보다 적다.

모토로라 관계자는 “3세대(3G)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상당수가 영상통화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시장조사 결과를 반영해 이 기능을 빼 원가를 낮췄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