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덕분에 먹고살아요”

  • 입력 2008년 11월 15일 02시 58분


1000원 숍… 재활용 할인 판매… 중고차 비교 사이트…

“경기 침체기는 기회이자 도전의 시기”

주부 최모(35) 씨는 요즘 대형마트보다 슈퍼마켓이나 균일가 생활용품점을 자주 찾는다. 충동구매를 줄이고 조금이라도 싼 물건을 사려는 생각에서다.

‘1000원 숍’으로 불리는 균일가 생활용품 판매장 다이소는 이런 주부들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2만여 종의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다이소는 대부분의 제품 가격을 3000원 이하로 책정하는 ‘다품종-저가격’ 정책으로 불황 속에서 사세(社勢)를 키웠다.

올해 상반기(1∼6월)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9% 늘었고 지난해 말 전국 380여 개였던 매장도 지난달 450개까지 늘었다. 9월에는 온라인 쇼핑몰도 열었다.

불황을 기회로 삼는 사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약간의 흠이 있는 제품을 손질해 정가보다 싸게 파는 옥션의 ‘리퍼브(refurbished)’ 사이트는 지난해 2만3700여 건의 거래가 이뤄졌지만 올해는 10월까지 이미 3만2700여 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요즘엔 반품된 제품이나 진열 상품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2006년부터 반품 및 전시상품 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는 G마켓도 리퍼브 사이트의 9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2% 늘었다고 밝혔다. 거래 건수는 79% 증가했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거나 중고차를 비교해보는 웹 사이트도 인기다. 온라인 자격증 및 고시 강의 기업인 에듀윌에 따르면 이 사이트에서 올해 1∼9월 9급, 10급 공무원시험 강의를 수강한 사람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8% 늘었다.

신차 및 중고차 비교 항목이 있는 엔크린닷컴의 접속 건수도 증가 추세다. 이 사이트의 10월 하루 평균 방문자는 24만4196명으로 9월(22만6231명)에 비해 8%가량 늘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연탄난로와 연탄보일러를 다시 찾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연탄난로는 4만∼5만 원, 연탄보일러는 10만 원대 후반이면 살 수 있으며 연탄은 한 장에 400∼600원이다.

연탄난로 제조업체인 해피코리아의 전명진 사장은 “최근 월평균 300대가 팔려 지난해 말(100∼150대)보다 판매량이 2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옥션에서는 연탄, 갈탄, 나무 등 구식 연료를 쓰는 난로가 10월 넷째 주 하루 평균 400여 개씩 팔렸다. 지난해 동기 대비 60% 늘었고 10월 셋째 주와 비교하면 150% 늘었다.

창업 전문가들은 소자본 창업자들도 불황기의 특징을 잘 파악해 업종을 선택하면 안정적인 사업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은 “불황기에는 지출을 줄이려는 소비자의 성향에 편승하는 업종이 유리하다”며 △세탁 편의점 △오피스타운 주변의 저가 음식점 △도시락 등 배달 전문점 △싱크대, 소파 등 리모델링 전문점 등을 추천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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