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흔들…증권-건설 구조조정 먹구름

  • 입력 2008년 10월 27일 19시 23분


#1. 국내 한 대형건설사 임원 A씨는 요즘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룬다.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할 예정인데 특히 임원들을 대규모로 줄일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딸이 아직 대학생이어서 등록금 등 돈 들어갈 일이 많은데, 혹시라도 짤릴까봐 걱정이 돼 잠이 안 온다"며 "외부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부담스러워 12월초 인사가 날 때까지는 친구들도 만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2. 현대자동차는 이달 24일부터 미국 앨라배마공장의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당초 올해 26만대를 생산하기로 했지만,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하자 목표치보다 1만 5000여대를 줄인 것. 현대차의 미국 시장 판매량은 올해 7월 4만 703대, 8월 4만 1130대에서 9월 들어 2만 4765대로 급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자동차 판매량이 더 감소할 것으로 보여 공장 가동일을 줄이는 방식으로 감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면서 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 및 생산량 감축 등에 돌입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심화될수록 구조조정의 강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여 외환위기 직후 같은 대량 실직 사태가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도 소문날까 쉬쉬하며 구조조정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가장 강하게 몰아치는 곳은 건설업계다. 건설사들은 미분양으로 인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 경기마저 얼어붙자 임금 삭감은 물론 인력을 대거 줄이면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견건설사인 B건설은 최근 몇 달 사이 1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회사가 임원을 줄인데 이어 일부 직원들을 미분양 아파트 판촉 및 입주관리 직원으로 배치하자 상당수 직원이 사표를 쓴 것이다.

C건설은 이달부터 임원은 20%, 부장 및 팀장급은 15%씩 월급을 삭감하기로 했다. 또 사무실 직원들을 안내데스크 등으로 발령을 내는 방법으로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D건설사는 구조조정을 하라는 경영진 요구에 담당임원이 반발하며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건설사를 중심으로 부도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건설사들은 구조조정을 시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금융권에서 곧바로 자금 회수에 들어가 자금줄이 막히는 등 실제 부도로 이어질까 두려워 다들 쉬쉬하며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우선 지점을 통폐합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동양종금증권은 최근 서울지역에서 상권이 중복되는 지점을 통폐합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80여 개 지점을 새로 만들었지만 수익성 악화 등으로 지점 통폐합에 대한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올 연말인사에서 대규모 감원태풍이 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산량 줄이자"

제품 판매가 줄어들면서 생산량을 줄이는 대기업도 많다.

LG디스플레이는 이달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량을 당초 목표치에 비해 5% 가량 줄였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10월, 11월은 가전제품 판매에 있어 성수기로 꼽히지만 최근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컴퓨터, 가전제품 등의 수요가 감소해 LCD 판매량을 줄이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9월부터 LCD 생산량을 월별 목표 생산량에서 5% 가량 줄였다.

동부제철은 자동차 및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냉연강판과 아연도금강판의 생산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제품 수요가 줄어들어 냉연강판과 아연도금강판 생산량을 4분기 목표치보다 10만t 가량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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