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폭 ‘부실 코스닥업체 사냥’…뒷돈 댄 사채업자 처벌키로

  • 입력 2008년 10월 23일 02시 59분


檢 “조폭이 돈 빼돌릴 것 알고 96억 빌려줘… 횡령 공범”코스닥 시장 무분별한 사채 유입에 제동 걸릴 듯

100억 가장납입 하루만에 이자 12억 챙긴 혐의도

코스닥 시장에서는 고리(高利)의 사채가 작전세력의 주가 뻥튀기나 기업 인수합병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저질러지는 데에 ‘뒷돈’으로 쓰이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나 사채는 코스닥 기업이나 대주주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증자 참여 같은 투자의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처벌하기도 어렵고 실제로 처벌을 받은 사례가 거의 없었다.

검찰이 코스닥 상장사 인수대금을 빌려주고 헐값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를 약속 받은 사채업자를 형사처벌하기로 해 그동안 코스닥 시장을 어지럽혀온 무분별한 사채 유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사채업자가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에 100억 원을 가장(假裝)납입하고 하루 만에 이자 명목으로 12억 원을 받은 혐의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 김주선)는 22일 폭력조직 ‘범서방파’ 조직원 출신 하모 씨가 코스닥상장사 세라온홀딩스를 인수해 거액의 회사 돈을 횡령하는 과정에서, 하 씨에게 인수자금을 빌려준 사채업자 최모 씨를 하 씨의 공범으로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 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돼 2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세라온은 올 3월 대주주 우모 씨 등이 회사자금 215억 원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 회계법인 감사에서 코스닥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는 ‘의견 거절’ 판정을 받았다.

회계법인은 우 씨가 이의를 제기하자 추가 감사를 한 뒤 “경영권 매각대금 96억 원을 회사에 입금하면 ‘적정’ 의견의 재감사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하 씨는 이 같은 사정을 알고 사채업자 최 씨를 찾아가 “돈을 갚지 못하면 세라온의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약속하고 인수 자금을 빌려달라고 했다. 최 씨는 하 씨가 경영권을 인수한 뒤 유상 증자를 할 때에 헐값에 지분을 넘겨받기로 하고 사채 제공을 약속했다.

최 씨는 4월 25일 하 씨와 함께 은행을 찾아가 세라온 명의로 계좌를 만든 뒤 96억 원을 입금했고, 하 씨는 이 계좌의 잔액증명서를 발급받아 회계법인에 제출해 세라온은 ‘적정’ 감사 의견을 받아 상장폐지를 면했다.

하 씨는 4월 28일 다시 은행을 찾아가 통장과 인감 분실 신고를 하고, 통장을 다시 발급 받아 96억 원을 도로 꺼내 이를 최 씨에게 갚았다.

그러나 세라온은 7월 8일 하 씨의 횡령 사실이 밝혀져 2개월 만인 9월 9일 상장폐지 됐다.

검찰 관계자는 “최 씨는 문제가 된 96억 원의 성격과 하 씨가 이 돈을 빼돌려 자신의 돈을 갚을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으므로, 단순한 채권자가 아니라 횡령죄의 공범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 씨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사채브로커 조모 씨가 개입했으며, 조 씨가 다른 코스닥 상장사 인수합병과정에 개입한 사실을 밝혀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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