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약한 증시 ‘공포 장세’

  • 입력 2008년 10월 23일 02시 59분


■ 주가 급락-환율 급등

김정일 사망설-유럽銀 도산 전망 등에 화들짝

정부와 한국은행이 강도 높은 금융시장 안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아직 그 ‘약발’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 끊임없이 악재가 쏟아져 들어오고 루머에도 증시가 흔들릴 정도로 체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22일 주가와 환율은 큰 폭으로 오르내리며 어지러운 장세를 연출했다.

이날 서울증시에서 코스피는 뉴욕 증시가 2∼4% 하락했다는 소식에 전날보다 5.60포인트(0.47%) 내린 1,190.50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점점 강해지면서 오후부터 하락폭이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럽 은행이 신용 경색으로 도산할 수 있다고 전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심리는 더 위축됐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의 멜빈 킹 총재가 “영국이 침체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침체를 직접 언급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오후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는 루머까지 확산되면서 공포 국면은 더 확대됐다.

오후 2시 코스피 시장에는 사이드카가 발동됐지만 하락세는 계속돼 오후 2시 22분경 1,100 선이 무너졌다. 오후 2시 28분 코스피는 100.54포인트(8.40%)나 하락한 1,095.56까지 주저앉았다. 장 마감을 앞두고 개인과 기관의 매입세가 유입되면서 코스피는 1,100 선을 겨우 회복했다.

코스닥지수도 오후 들어 급락해 오후 2시 반경 전날보다 23.04포인트(6.56%) 하락한 327.93까지 밀렸지만 차츰 하락폭을 줄였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폭등하며 이틀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42.90원이나 오른 13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39.90원 오른 136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매수세가 폭주하면서 곧바로 1400.00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차익성 매물에 힘입어 상승폭이 낮아졌다.

한편 정부의 외화 지급보증 한도가 발표된 뒤 자금 시장이 조금씩 풀릴 것이라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 이종휘 행장은 22일 “이탈리아 은행에서 한국 정부의 지급 보증 소식을 듣고 7500만 달러의 채권을 사겠다는 제의가 있었고 유럽의 다른 은행에서도 2500만 달러의 구체적 오퍼가 있는 등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 기간을 늘려 줄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받고 상환기간 연장을 협의하고 있다. 하나은행 박준석 차장은 “정부의 지급보증 방침에 따라 외국에서 상환을 연장해주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며 “지급보증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면 장기 차입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환시장은 아직 살얼음판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화자금 담당자는 “한국 시장에 대한 불안이 여전히 높아 대부분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라며 “지급보증도 구체적으로 진행되기 전까지는 외화 조달 상황이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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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이훈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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