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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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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등 버블세븐지역 고가매물 유찰 또 유찰
금융 위기 영향 제2금융권 경매 자금줄도 꽁꽁
○ 경매시장까지 불어 닥친 한파
법원 경매시장에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반액 세일’ 물건이 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경매에 넘겨지는 고가 매물은 늘어난 반면 찾는 사람은 거의 없어 감정가의 절반 가격에 입찰에 부쳐지는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20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경매를 앞둔 매물 338건 중 9건, 경기 인천 등에서는 1152건 중 36건이 3회 이상 유찰됐다. 이들 매물은 저당 등 권리의 문제나 선순위 임차인 등의 추가 부담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원 경매 물건은 보통 한 번 유찰될 때마다 20%씩 입찰최저가가 떨어진다. 1회 유찰되면 최초 감정가의 80%, 2회 때는 64%, 3회 때는 감정가의 51%까지 입찰 최저가가 내려간다. 3번 유찰되면 감정가의 절반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셈.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예전에는 권리상 하자가 없는 아파트가 2회 이상 유찰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그만큼 요즘 부동산시장이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 버블세븐을 중심 ‘반값 아파트’ 속출
올해 들어 아파트 가격 하락폭이 큰 서울 강남구와 양천구 목동, 경기 용인시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에서는 낙찰률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급감하고 있다.
강남, 송파, 서초 등 강남 3구는 올 1월 경매가 진행된 전체 79건 중 39건이 낙찰돼 낙찰률이 49%였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111건 중 29건만이 낙찰돼 낙찰률이 26%로 떨어졌다.
강남 3구는 한때 감정가보다 낙찰가가 더 비싸 낙찰가율이 100%를 넘었다. 하지만 올 1월에는 낙찰가율이 82%로 떨어졌고 지난달에는 74%까지 하락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반값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
양천구 목동 ‘금호베스트빌’ 161m²(49평형)는 감정평가액 8억 원의 절반 수준인 4억960만 원에 24일 4차 경매를 앞두고 있다. 감정가 10억 원인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행원마을의 ‘동아솔레시티’ 211m²(64평형)도 7∼9월 있었던 경매에서 아무도 입찰에 응하지 않아 이번 달 30일 입찰 최저가 5억1200만 원에 경매에 부쳐진다.
○ “담보 있어도 대출 잘 안해줘”
경매에서 고가 아파트가 유찰을 거듭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 추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낙찰 받는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락잔금대출이 어려워진 데 따른 영향도 크다. 경락잔금대출은 주로 제2 금융권에서 많이 공급해 왔는데 최근 금융권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금리를 높이거나, 대출을 아예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진흥·경기저축은행 경영지원본부 이윤조 대리는 “최근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담보로 잡은 아파트를 경매에 넘겨도 제값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은행이 경락잔금대출은 물론 일반대출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담보만 있으면 대부분 대출을 해줬지만 요즘은 담보가 있어도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절반이 채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자금 동원이 어려워 입찰을 포기하는 경우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 초 평균 10.8명이었던 서울 지역 경매시장 응찰자는 지난달에 4.5명, 이번 달에는 5.1명으로 줄었다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유동성 위기로 금리가 오르는 데다 실물 경제 위축이 가속화되는 등 경제 전반에 불투명성이 커지면서 기업은 물론 개인들도 현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경매시장 위축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