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이휘성 한국IBM 사장 “창의성에 기술력 결합해야 혁신 가능해져”

  • 입력 2008년 10월 18일 02시 56분


이휘성 한국IBM 사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기술과 창의성의 결합을 통한 혁신,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이는 ‘글로벌 통합 기업’ 모델 등의 글로벌 경영 트렌드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IBM
이휘성 한국IBM 사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기술과 창의성의 결합을 통한 혁신,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이는 ‘글로벌 통합 기업’ 모델 등의 글로벌 경영 트렌드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IBM
《이휘성 한국IBM 사장은 인사이트 포럼이 열리는 동안 가장 쉴 틈이 없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5개국의 애널리스트가 그와의 개별 면담을 신청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분야 시장조사 기관인 IDC의 최고위 인사도 이 사장과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세계 IT 전문가들이 한국의 IT 시장에 뜨거운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사장은 1984년 한국IBM에 입사한 후 국내 IT 산업의 발전을 처음부터 지켜본 산증인이다. 또 글로벌 기업의 경영 일선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고객사들에 글로벌 경영 트렌드를 꾸준히 전해 주고 있기도 하다. 동아비즈니스리뷰는 이 사장으로부터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 트렌드가 한국 기업들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를 들어봤다.》

“저효율 업무는 과감히 아웃소싱

부가가치 높은 전문분야 집중을”

―IBM의 기업 특성 때문인지 몰라도 이번 포럼에서 ‘경영 혁신과 기술의 결합’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설명을 해 준다면….

“혁신은 새로운 방법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요즘 많은 한국 기업이 혁신을 경영 화두로 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혁신에 대해 일반적인 것과는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보통 사람들은 혁신의 주요 요소로 창의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현실 세계에서 무엇을 만들어내려면 현실화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있어야 하는데,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통찰력을 현실에 구현하려면 기술력이 부가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기술은 변화를 가속하며, 비즈니스의 가치는 기술과 전략이 만나는 곳에서 생긴다. 기술과 전략이 결합해야 새로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기는 것이다.”

―IBM의 ‘글로벌 통합 기업’ 모델이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은….

“글로벌 통합 기업은 다국적 기업을 넘어서는 모델이다. 다국적 기업 모델에서는 미국에 있는 IBM 본사의 기능을 ‘복사’해 한국에 그대로 옮겨놓는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업무의 중복과 비효율이 생기며, 일부 부문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바로 이런 점에서 글로벌 통합 기업 모델은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한국 기업에 시사점을 준다. 현재 많은 한국 기업이 비효율적이며, 의사 전달 속도가 느린 글로벌 경영 조직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

IBM은 지난 5년 동안 글로벌 통합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현재 나라의 경계에 상관없이 글로벌하게 하나의 회사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IBM은 기업 내부의 100여 개 기능 중 현지 시장의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는 것은 현지에 맡기고 구매, 회계, 인사관리의 일부 등 10여 개의 공통적 지원 기능을 글로벌 단위로 통합했다. 이런 글로벌 공통 기능은 본사가 아니라 세계 여러 거점 중 그 기능을 가장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곳에서 담당한다. 예를 들어 회계 기능은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 본부가 있다.”

―한국 기업에 주고 싶은 충고는….

“아직도 모든 일은 자기 회사 안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재고했으면 한다. 우리나라 기업과 경제가 발전하려면 경제적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일은 과감하게 아웃소싱하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문 분야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하드웨어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 지금 세계 경제에서는 하드웨어를 누가 잘 만드느냐보다는 하드웨어 인프라를 이용해 누가 더 좋은 서비스를 하느냐로 초점이 옮아가고 있다. 이제는 소프트한 것에서 비즈니스 경쟁력이 나온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상하이=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