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공 ‘땅장사’ 의혹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2시 57분


“장기비축용 토지 75% 단기매매로 536억 차익”

공익사업 위한 땅 샀다가 되팔기 바빠

180건중 133건이 매입후 3년 채 안돼

한국토지공사(토공)가 2005년 이후 매도한 ‘비축용 토지’ 180건 가운데 75%인 133건이 매입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땅이어서 단기 매매에 주력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180건 가운데 5년 이상 장기 보유했던 토지는 22건에 불과했다. 비축용 토지는 토공이 장기적인 개발 수요에 대비해 미리 사 놓은 땅을 말한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은 14일 “토공은 이 같은 토지 단기 매매로 536억 원의 이익을 봤다”며 “공익 목적을 위해 사들인 ‘비축용 토지’를 단기 매각한 것은 ‘이익만 좇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장기성 토지를 단기 매매

토공은 2005년 7월 전북 전주시 덕진2동의 토지 6159m²를 9억2043만 원에 산 뒤 16개월 뒤인 2006년 11월 매입 가격의 3배가량인 28억3565만 원에 팔았다.

박 의원은 “당시 이 지역은 ‘구획정리 사업’과 같은 개발 호재가 있었다”며 “부동산업자가 이렇게 했다면 투기세력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공 측은 이에 대해 “구입한 토지 가격이 올랐고 적절한 매수자가 나타나 팔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토공은 올해 1월 초에도 충북 청주시의 토지 354m²를 2억5378만 원을 주고 한 개인에게서 샀다가 3월 말 입찰을 통해 지역 병원에 주차장 용지로 팔았다. 이 매매로 거둬들인 차익은 5822만 원이다. 그러나 공기업이 100평 남짓한 땅을 샀다가 개인병원에 파는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얘기가 없지 않다.

토공이 이처럼 단기 매매에 적극적인 것은 장기사업을 위한 비축용 토지를 사들일 때 ‘의무 보유기간’ 같은 규제조항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토공은 그동안 “일반적으로 땅을 2년 정도 보유하다가 팔아 왔다”고 밝혔다.

○ 예측 잘못으로 손실 매매

토공이 했던 비축용 토지거래 180건 거래 가운데 33건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팔았다. 가격 예측을 잘못하는 바람에 매입한 지 1, 2년 만에 손해를 감수하고 판 토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장기 보유 목적의 토지는 땅값 등락을 통해 일시적인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 거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토공은 2006년 초 경남 사천시의 땅 6필지를 ‘한 개인의 요청’에 따라 9억4700만 원에 샀다가 올해 3월 되팔았다. 이 과정에서 토공은 3200만 원을 손해 봤다.

토공 관계자는 “이 땅의 경우 매입 시점 때 예상한 것과는 달리 향후 개발 여지가 없어졌다”면서 “보유세 및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땅을 보유해야 할 이유가 없어져 팔았다”고 해명했다. 주식시장으로 치면 ‘손절매’였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8월 ‘공기업 선진화 1단계 방안’을 통해 토공과 대한주택공사(주공)를 통합 대상으로 정했다. 토공은 지난해 말 현재 27조353억 원의 부채를 갖고 있으며 지난해 9692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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