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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3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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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시각차에 구체적 조치 성명서에서 빠져
美, 신흥국 통화스와프 지원 요청에 미온적
예금지급보증 한도 확대도 美 - 유럽 생각달라
“공동대책 없인 불안만 더 키울것” 우려 목소리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 공조’가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연차총회, 선진 7개국(G7)-G20 회의 등이 미국 워싱턴에서 10∼12일(현지 시간) 잇따라 열리고 있다.
10일 열린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공조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공동성명을 내놨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11일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가시적 성과는 거의 없었다.
각국이 이번에 국제 금융시장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공동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오히려 증폭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성명’은 나왔지만 ‘액션’이 없다
우선 ‘은행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문제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의 시각차가 큰 걸림돌이다. 불안감 때문에 예금자들이 은행에서 돈을 빼내는 ‘뱅크런’이 이미 나타난 유럽 각국은 이 문제에 대단히 적극적이다. 하지만 투자은행(IB)이 무너졌어도 상업은행(CB)에는 오히려 돈이 몰리고 있는 미국이 지급보증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으며 다른 신흥국들도 이 부분에는 소극적이다.
한국과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 등 달러화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신흥국 재무장관들이 강력히 요구하는 ‘통화 스와프(해당국 화폐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주는 것) 대상국 확대’에 대해서는 미국 측 반응이 미온적이다. 미국은 재원 부족 등의 이유로 스와프 대상을 유로 엔 파운드 등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화폐로 제한하길 원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달 29일 세계 금융시장에 달러의 유동성 부족을 막으려고 유럽중앙은행(ECB) 캐나다 영국 일본 호주 등 9개국 중앙은행과 달러화 통화 스와프 한도를 2900억 달러에서 6200억 달러로 늘렸지만 신흥국들은 제외됐다.
미국과 유럽 각국들이 자국의 예금이 불안감 때문에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경쟁적으로 예금보장 한도를 높여 놓은 것도 문제다. 예금보장 한도를 어느 정도 일치시켜야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쉽지 않다.
한중일 3국이 참여해 아시아 공동기금을 조성하자는 한국 측의 요청에 대해 중국과 일본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반응할지도 미지수다. 달러화 조달이 시급한 한국(9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 2397억 달러)에 비해 외환보유액 1, 2위인 중국(8월 말 현재 1조8088억 달러)과 일본(9967억 달러)은 상대적으로 급하지 않은 상황이다.
○ “공조 못하면 파국” 경고 목소리 커져
상황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각국의 공조를 압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10일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 합의에 실패하자 11일 “미국과 유럽 금융회사의 지불 능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제금융 시스템을 붕괴(meltdown)의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경고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미 하버드대 교수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G7은 ‘현재 무엇이 최선이고 필요한지를 인식하고 있느냐’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며 “(공조에 이르지 못한다면) 시장이 매우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G20 회의 기조연설에서 “선진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로 신흥시장국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신흥시장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다시 선진국으로 전이되는 현상(reverse spill-over)을 감안할 때 선진국 간에 이뤄지고 있는 통화 스와프 대상에 신흥시장국이 포함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는 또다시 일본의 리더십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위기는 어느 한 국가에만 따로 찾아오는 게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 선진국을 포함한 각국이 금융위기 극복의 계기를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