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10월 12일 18시 1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물론 코스닥만 부진한 것은 아니다. 세계 주식시장 전체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침체돼 있다. 그러나 하락률이 다른 지수보다 훨씬 크다는 게 문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신용경색 외에도 외국인 투자자의 외면과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인한 시장의 신뢰성 저하, 잇단 대표주(柱)들의 이탈이 코스닥 시장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10일 코스닥지수는 350.28로 마감돼 사상 최저치였던 324.71(2004년 8월4일)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 최고점이었던 2000년 3월10일의 2,834.40에 비해 87.6% 폭락했고 대세 상승기였던 지난해의 고점 828.22(2007년 7월12일)보다도 57.7% 하락했다.
지수 붕괴에 따라 올해 1월초 약 100조 원이었던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은 10월 12일 현재 53조5000억 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상장기업 수가 같은 기간 959개에서 1033개로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코스닥지수의 연초 대비 하락률은 50.4%로 같은 기간 코스피(-33%)는 물론이고 미국의 나스닥(-36.8%), 일본의 자스닥(-42.2%) 등 주요 선진국의 신흥지수보다도 더 많이 떨어졌다.
이처럼 투자 매력이 다른 시장보다 더 떨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끊임없이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지난 달 5일부터 이달 7일까지 무려 21거래일 연속으로 5722억 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비록 절대액수로 비교하면 코스피 시장보다는 낮지만 코스닥 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이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신흥시장(이머징마켓)에서 자금을 회수하려는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은 코스피보다는 리스크가 큰 코스닥에서 돈을 먼저 빼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은 그동안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자본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로서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길이 막힌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됐고, 최근에는 시장의 허리 역할을 하던 다수의 중견 수출업체들이 키코(KIKO) 등 환헤지용 통화옵션상품으로 큰 손실을 봤다.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 공시 번복 등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2일까지 상장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코스닥 기업의 횡령·배임 건수는 97건(정정공시 포함)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79건)를 넘었다.
코스닥은 정상적인 투자시장이 아니라 온갖 편법이 난무하는 투기시장이라는 지적을 받아온지 오래다.
코스닥 시장이 이처럼 총체적 난국에 빠짐에 따라 아시아나항공과 LG텔레콤 등 대표주들이 올해 초 코스피로 옮겨간 데 이어 NHN마저 코스닥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삼성증권 박재석 파트장은 "감독당국이 코스닥에서 벌어지는 편법을 강력하게 바로 잡아야하고 떠나는 기업들을 잡을 게 아니라 중국 등에서 해외 유망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