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정보유출 용의자는 자회사 직원

  • 입력 2008년 9월 8일 02시 54분


길에서 주웠다던 회사원도 공범

구매자 물색하려 일부러 유출사실 제보

DB에서 개인컴퓨터로 한달간 정보 옮겨

복사본 PD등 만나 전달… 더 없는지 조사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사건 용의자는 GS칼텍스의 자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7일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GS칼텍스의 콜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자회사 직원 정모(28) 씨 등 4명을 6일 검거해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 돈을 노린 내부 직원 소행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GS칼텍스 고객들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이용해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1119만여 명의 GS칼텍스 보너스카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로 빼돌려 DVD로 제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씨는 경찰 조사에서 “GS칼텍스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됐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 개인정보의 가치가 크게 오를 것으로 생각했다”며 “유출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린 뒤 개인정보를 원하는 기업에 비싸게 팔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정 씨는 7월 10일 고교 동창 왕모(28·구속영장 신청) 씨와 범행을 공모한 뒤 한 달여에 걸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이 담긴 개인정보 DB를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로 옮겼다. 이어 동료 직원 배모(30·여·불구속) 씨에게 엑셀 파일 형태로 정리해 줄 것을 부탁했다.

지난달 29일 엑셀 파일로 정리된 고객 정보를 DVD로 제작한 정 씨는 이를 왕 씨에게 건네줬고, 왕 씨는 곧바로 “언론사에 제보해 달라”며 평소 알고 지내던 김모(24·구속영장 신청) 씨에게 전달했다.

김 씨는 2일 모 무가지 기자, 모 방송 PD 등을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우연히 서울 강남의 한 유흥가 쓰레기 더미에서 주웠다”고 제보한 뒤 자신의 컴퓨터로 DVD를 여러 장 복사해 이들에게 전달했다.

○ 의문점… 추가 유출은 없나

5일 유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GS칼텍스 측은 곧바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개인정보 DB에 대한 해킹 흔적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내부 직원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DB 접근 권한을 가진 직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보도되자 정 씨는 곧바로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며 “수십 차례에 걸쳐 고객 정보를 내려받고, 이를 업무용 컴퓨터에서 DVD로 제작한 후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교체하는 동안 정 씨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용의자들이 스스로 언론에 알릴 때까지 회사 측은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셈이다.

경찰은 “이들은 원본 DVD로 5장을 복사했고, 이를 2일 모임 참석자들에게 나눠 줬다”며 “이에 대한 회수 작업을 벌이는 한편 이들이 복사한 DVD가 더 있는지, 부분적으로나마 외부로 유출된 개인정보가 있는지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용의자들이 스스로 언론에 제보한 점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경찰은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 빼돌린 개인정보를 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며 “더욱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 대해선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영상제공=CBS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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