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13억 대륙시장도 좁다”… 中기업들 ‘글로벌 차이나’로

  • 입력 2008년 8월 30일 02시 53분


국영기업들 다국적기업 인수 - 해외 민간자본 적극 유치

신생혁신기업은 중동 - 러시아 등 개도국 틈새 시장 공략

CEO들 정치권 출신 많아 정치상황 고려해 기업 경영

중국의 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글로벌 기업의 전략과 인식 방식도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거대 국영기업들이 잇따라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한편, 일부 국영기업은 다국적 기업을 인수하고 해외 민간자본을 적극 유치하며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간 규모의 중국 기업들도 개도국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화를 가속하고 있다.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을 추진하는 신생 혁신기업도 속속 나타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다국적 기업은 향후 강력한 경쟁자가 될 중국의 글로벌 기업과 신생 혁신기업의 변화를 주시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정치권을 오가며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중국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맥킨지쿼털리 2008년 3호’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중국 기업의 변화 양상(How corporate China is evolving)’을 발표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16호(9월 1일자)에 보고서 전문을 소개한다.

○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중국 국영기업

중국의 거대 국영기업들은 이제 자국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화 행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국영 전력회사인 국가전망공사(國家電網公司·SGCC)는 필리핀 국가 전력망을 운영하는 사업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필리핀 사상 최대의 민영화 사업이었던 필리핀 국가전력공사의 경영권을 25년 동안 맡는 계약을 따낸 것.

중국 최대 이동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中國移動)은 파키스탄의 이동통신 사업자인 팍텔(Paktel)을 인수했다.

지위상으로는 국영기업이지만 민간기업처럼 운영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다국적 기업과 경쟁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중국 국영 화학업체인 켐차이나가 대표적이다.

켐차이나는 해외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고 운영과 조직, 관리 부분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추진하며 글로벌 화학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모펀드 블랙스톤으로부터 상당한 투자도 유치했다.

중국 최대의 컨테이너 운송 기업인 CIMC그룹은 국영기업으로 출발했지만 대규모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 자체적인 해외 영업·물류망을 구축하며 세계 1위 업체로 올라섰다.

CIMC는 세계 컨테이너 운송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세계 20대 해운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이들 기업은 처음에는 국영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점차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결합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의 경영진은 대부분의 중국 CEO와 달리 새로운 것을 배우고 채택하는 데 적극적이며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도 상당히 개방적”이라고 평가했다.

○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의 신생 기업들

보고서는 특히 중국의 ‘성장기 기업’과 ‘신생 혁신기업’의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장기 기업은 규모는 중간 정도에 불과하지만 급속한 성장을 이루며 이미 자국 내에서는 선도 기업의 대열에 합류한 기업들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최적의 모델을 찾고 있다.

이들은 국영기업과 달리 중동과 러시아, 동남아 등 개도국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특징을 띠고 있다.

중국 토종 자동차 기업인 ‘치루이(奇瑞·영문명 Chery)’가 대표적 사례. 이 회사는 현재 개도국을 주요 시장으로 공략하고 있으며, 향후 선진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글로벌 경험을 가진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신생 혁신기업은 아직 글로벌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다.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을 유치하는 데 혁신적인 접근법을 보이고 있는 것.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인 차이나방케(China Vanke)가 대표적이다. 차이나방케는 설계에서부터 건설, 부동산 관리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관련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전체 가치사슬을 통합 관리해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중국의 대표적인 혁신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역가스 배급 사업으로 시작한 ENN그룹은 청정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보고서는 “앞으로 이러한 중소 규모의 혁신기업이 급격히 성장할 것”이라며 “중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은 이러한 기업을 여러 개 인수하는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상대적으로 비용은 적게 들면서 경쟁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시장 공략 방법이라는 것이다.

○ 중국 CEO의 비즈니스 방식 이해하면 틈새시장 보여

중국 CEO들은 다국적 기업의 CEO와 달리 기업과 정치권을 오가며 경력을 쌓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국영기업의 CEO들은 일반적으로 중앙정부나 공산당의 고위직으로 중국 국무원이나 정치국을 거친다는 것.

이들은 정치 상황을 고려해 기업 경영활동을 펼치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 인민회의 연례 총회 결과나 정부기구 발족 등과 같은 중요한 정치적 이슈와 연계해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도 내린다는 것.

보고서는 “중국 주요 CEO들은 일반적인 기업의 목표를 넘어 사회, 경제적 목표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차이나모바일이 2004년 이후 농촌 지역 거주자에게 우선적으로 무선 서비스를 제공하며 농촌 시장 확대 전략을 펼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정부의 농촌 지역 인프라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한 것. 중국 정부는 무선 통신 네트워크로 농촌 지역을 연결하는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때문에 중국 CEO들은 다국적 기업 CEO에 비해 시장 분석이나 시장 조사, 고객 선호도 분석에 뒤처진다”며 “이것이 다국적 기업으로선 기회”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중국 자동차 회사 가운데는 고품격의 쇼룸을 만들거나 고객 맞춤 서비스를 선보이는 업체가 거의 없다. 이와는 달리 다국적 기업 GM은 쇼룸에 들어선 고객을 어떻게 응대해야 되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까지 세우며 수준 높은 고객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다국적 기업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지만 제대로 소비자 니즈가 충족되지 못하는 분야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중국 기업과 경영자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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