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임원 물갈이 ‘생존 승부수’

  • 입력 2008년 8월 29일 03시 02분


현대아산은 28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달아 열고 조건식(56·사진) 전 통일부 차관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본보 28일자 A1면 참조

윤만준 현대아산사장 사임…후임에 조건식씨 선임될듯

현대아산은 “조 신임 사장은 통일부 등에서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했고 남북 관련 분야에 해박한 식견과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며 “조직관리 능력 등도 두루 갖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아산을 잘 이끌어갈 적임자로 판단돼 영입했다”고 밝혔다.

윤만준 전 사장은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 현대경제연구원 상임고문으로 옮겼다.

또 개성사업단장인 이강연 부사장, 관리지원본부장인 임태빈 전무, 금강산사업소 총소장인 이종관 상무도 이번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현대아산은 이날 주총에서 조 신임 사장과 함께 이기승 현대 U&I 사장, 황현택 현대투자네트워크 사장도 새 사내(社內)이사로 선임해 경영진을 사실상 물갈이했다.

조 신임 사장은 서울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으며 국회의장공보비서관, 통일부 인도지원국장 및 교류협력국장 등을 거쳐 2003년 3월∼2004년 7월 노무현 정부의 초대 통일부 차관을 지냈다.

그는 통일부 차관에서 물러난 뒤 지금까지 북한을 모두 여섯 번 다녀온 북한전문가라고 현대아산 측은 설명했다.

조 사장은 이날 오후 동아일보 기자 등과 만나 “현대의 대북사업이 잘 풀리면 남북관계 전체의 물꼬도 트인다.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사태 해결) 시간을 너무 끌면 남쪽의 대북 지원도 약해진다는 걸 북측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남북나눔운동’이란 대북지원 단체와 함께 평양에 5일간 머물다 돌아왔다”며 “북측 전문가들과도 만나 ‘금강산 사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대북 강경론자가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나는 일관되게 남북 화해협력정책을 추진해 왔다”면서 남북관계의 그런 큰 흐름은 정부가 바뀌더라도 바꿀 수 없다. 다만 전략전술은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윤 전 사장은 이날 “7월 11일 금강산 사건 발생 직후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으나 ‘우선은 사태 수습에 전념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해 퇴임 시일이 늦어졌다”며 “현대아산이 신임 사장을 중심으로 단합해 이 시련을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현대그룹 안팎에서는 “금강산 사건 발생 이후 현대아산의 안일한 안전조치와 사후 처리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커지고 사태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한 고육책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도 “대북사업을 총괄하는 현대아산의 성패는 현대그룹 전체의 운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이대로 가면 현대아산의 연간 영업손실이 1000억 원을 넘게 되는 위기 상황인 만큼 경영진의 전면 쇄신이 불가피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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