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인턴’…100% 정규직 전환 - 정규직 봉급의 70%

  • 입력 2008년 8월 14일 02시 53분


■ 주공 5년간 입사시험 서류 모두 파기

2004년에는 정규직 없이 인턴만 215명 채용

“면접만으로 뽑아… 비리 있어도 확인 어려워”

경찰, 임직원 30여 명 뇌물 - 향응 혐의 수사

감사원은 최근 주공이 2006년과 2007년 정규직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채용시험 원본 서류를 모두 파기한 사실을 적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주공은 2007년의 경우 10월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공고 뒤 필기 및 면접시험을 거쳐 11월 말 195명을 선발했다. 이어 주공은 같은 해 12월 27일 전체 응시자가 낸 광학마크판독기(OMR) 답안지와 면접관이 작성한 OMR 면접채점표 전체를 파기했다.

합격자 발표 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주공은 문서를 파기할 때는 자체 규정에 따라 문서폐기심의회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를 어겼다.

감사원은 “주공이 인사 관련 서류는 5년 보관이라는 문서보관 규정을 어기고 심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문서를 파기했다”고 지적했다.

○ 의혹 감추려고 인턴사원 채점표 파기?

주공은 본보의 추가 취재 결과 정규직 신입사원뿐 아니라 서류전형을 거쳐 필기시험 없이 면접만으로 뽑는 인턴사원 채용 때도 면접자료 원본을 파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규직도 감사원이 적발한 2006년과 2007년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자료까지 대부분 파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공은 다른 공기업과 달리 두 가지 방식의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운영해 왔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을 거치는 정규직 신입사원 외에 서류전형을 거쳐 바로 면접으로 뽑는 인턴제도를 실시해 온 것. 주공은 “조기에 우수한 인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보하기 위해 인턴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주공은 2003년 이후 정규직 신입사원 외에 별도로 인턴사원을 50∼200명 채용했다. 주공은 이전에도 인턴사원을 뽑았지만 정확한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주공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 동안 모두 441명의 인턴사원을 뽑았으며, 지난해에는 채용하지 않았다. 이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뽑은 정규직 신입사원 794명의 55%에 이르는 규모다.

주공 인턴사원은 서류심사를 거쳐 필기시험 없이 면접으로만 채용하기 때문에 OMR 면접 채점표가 유일한 채용 원본 자료다.

주공 관계자는 “인턴사원을 채용하면서 작성된 OMR 채점표도 1년 정도 지나면 모두 파기했다”고 시인하면서 “면접 채점표가 보관해야 할 인사 관련 서류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턴사원의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인 면접 점수표의 원본을 파기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다른 공기업 인사담당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정규직과 다름없는 인턴사원

주공의 인턴사원 채용제도는 일반 회사와 차이가 많이 난다.

일반 회사들은 인턴사원에게 정규직 채용 시 가산점 부가나 서류심사 면제 정도의 혜택을 주고 있다. 그것도 당락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특히 공기업 중에서 인턴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주공의 인턴사원은 대부분 3∼6개월, 길어도 1년 안에 모두 정규직 신입사원과 같은 5급으로 전환됐다. 봉급도 인턴 기간 중에만 정규 직원의 70∼80% 수준으로 받을 정도로 대우가 좋다.

이 때문에 인턴사원 경쟁률은 70∼80 대 1에 이를 정도로 치열했다.

다른 공기업들은 기획예산처에서 승인한 신입사원 정원 전체를 정규직으로 뽑는 반면 주공은 신입사원 정원에 아예 인턴을 포함했다. 뭔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예를 들면 신입사원 100명을 뽑는다고 할 때 정규직 50명, 인턴 50명 이런 식이다. 2004년(215명)에는 아예 정규직은 선발하지 않고 인턴만 신입사원으로 뽑았다. 말이 인턴이지 사실상 정규직인 셈이다.

2005년 한 차례 인턴제도를 도입했던 한국수자원공사 인사담당자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인턴사원 경력이 있으면 추후에 정규직 채용 때 10% 정도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이 전부”라며 “주공의 인턴제도는 매우 파격적이고 특이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 경찰의 주공 비리 수사 확대

주공은 임직원들이 대형 토목설계업체 S엔지니어링 등에서 수억 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기지방경찰청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최근 주공의 전 서울본부장 권모(61) 씨가 부회장으로 있는 S엔지니어링이 공사설계 발주 전에 10여 건의 주공의 내부 발주계획을 미리 통보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권 씨가 주공 임직원들에게 금품을 주거나 향응, 로비 등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집중 조사 중이다.

2005년 권 씨가 입사하기 전엔 주공에서 발주한 설계용역 수주 실적이 한두 건에 불과했던 S엔지니어링은 이후 17건, 250억 원대의 설계용역을 수주했다.

경찰은 “당초 권 씨에게서 로비를 받은 주공 간부가 10여 명인 사실을 확인했으나 수사 확대 과정에서 주공 직원 30여 명이 수시로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관련자들의 계좌를 추적하고 통신 기록을 분석해 혐의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경찰은 주공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구속된 권 씨와 주공 판교사업단 전문위원 김모(58) 씨 외에 10여 명을 입건 조사하는 등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성남=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부채 40조 육박… 盧정권때 사장 2명 비리 - 부적절 처신 낙마

■ ‘구조조정 1순위’ 주공은

대한주택공사는 막대한 부채 규모 때문에 여러 공기업 중에서도 최우선적인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39조8736억 원으로 2006년보다 8조9452억 원(28.9%) 늘었다.

주공의 부채는 △2002년 말 9조7664억 원 △2003년 말 10조1285억 원 △2004년 말 17조1646억 원 △2005년 말 21조9963억 원 등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왔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민임대주택 100만 가구 건립’ 등 무리한 임대주택 공급정책을 떠맡은 것이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부채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국토지공사와의 통합에서 토공이 강력한 거부의사를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주공이 부채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 주공 측은 “자산이 많으므로 재평가하면 재무구조가 좋아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공은 지난해 말 국정감사 자료에서 2015년 부채 규모가 지금의 1.7배 규모인 69조2245억 원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의 사업 방식으로는 부채를 줄이기는커녕 증가 속도를 늦추기도 어렵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주공 전임 사장이 각종 비리에 연루된 전력이 있다는 점도 주공으로선 감추고 싶은 치부다. 노무현 정부 때 사장을 지낸 사람은 모두 3명. 이 중 17대 김진 전 사장은 2004년 7월 협력업체로부터 1억여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구속됐다.

김 전 사장의 후임인 18대 한행수 전 사장은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3년 선배이며 삼성중공업 건설부문 대표이사를 지낸 전문경영인(CEO) 출신으로 2007년 1월 대주주로 있던 주택업체 지분을 처분하지 않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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